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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 정선 여행, 삼탄아트마인 미술관 탐방 (태양의 후예 촬영지)

정선의 영광은 과거형이다. 석탄을 활발히 채굴했던 수십 년 전만 해도 동네 개들까지 지폐를 물고 다닌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부유했던 지역이지만, 이제는 그런 풍경 같은 걸 볼 수 있을 리가 없다. 탄광은 하나씩 문을 닫았고,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떠났다. 마을은 고요해졌다. 도시는 성장 동력을 잃어만 갔다. 곳곳에서 소소하게 농사를 짓는 이들이 아직도 남아 있지만, 예전 같은 느낌은 다시 찾기 어려워졌다. 그런 정선이지만, 언제 한 번 꼭 다시 가고 싶다고 생각해 놓은 곳이 있다. 삼탄아트마인이라는 곳이다. 삼척탄좌, 그러니까 버려진 폐광 시설을 미술관으로 단장한 공간이다. 38년간 석탄을 캐내던 곳이 이제는 문화 예술을 발굴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소장품을 전시하는 상설 전시와 각종 기획전..

순천 가볼만한곳, 낙안읍성민속마을 아침 산책

새벽부터 차를 몰았다. 목적지는 순천 낙안읍성민속마을이다. 예전부터 꼭 보고 싶던 풍경을, 이번에는 볼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놓치고 싶지 않은 풍경이었다. 주차장에 도착했을 땐, 이미 사방이 밝아오기 시작하고 있었다. 성문을 지났다. 아직 개장 시각이 아니어서인지 아무도 없었다. 고요했다. 가득한 안개가 나를 맞이했다. 꽤 몽환적인 분위기였다.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계단을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성벽에 올랐다. 산 능선을 타고 넘어오는 햇볕이 안개와 만나 바스러졌다. 은은하면서도 오묘한 빛이 사방에 그득했다. 이제는 유일무이한, 전통 읍성 마을. 낙안읍성은 그만큼 특별하다. 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양동마을이 양반의 집단 거주지였다면, 이곳은 그야말로 민초들의 공간이었다. 기와는 관청이었던 건물에서..

단양 여행, 아이와 함께 가기 좋은 다누리아쿠아리움 (비 올 때 가기 좋은 여행지)

단양에 자꾸 핫플레이스가 생겨나고 있다.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에는 전망 좋은 카페가 생겨났고, 버려졌던 터널은 화려한 조명이 감싸고 돌았다. 내일로 티켓 하나 들고 떠나는 '내일러'에게는 물론,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도 단양은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가득한 곳이다. 이번에 찾아간 곳은 다누리아쿠아리움이다. 단양군에서 운영하는 공립 아쿠아리움이자, 국내 최대 규모의 민물 생태 아쿠아리움이다. 220여 종, 약 2만 마리가 넘는 개체를 이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요금이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단양군에서 직접 운영하는 아쿠아리움인 덕분이다. 성인 기준 1만 원이다. 그렇다고 퀄리티가 떨어지는 건 아니다. 다누리아쿠아리움의 시작은 기획전시실이다. 천연기념물, 멸종위기종, 민물 대표 어종인 쏘가리의 한중일 3개국 버전..

제주도 여행 가볼만한곳, 오설록티뮤지엄 티클래스 다도 체험하기

바쁜 나날, 며칠 짬을 내서 제주에 다녀왔다. 당초에 2박 3일로 계획했던 일정이었거늘, 궂은 날씨 탓에 당일치기로 변경했다. 그래도 제주행을 포기하고 싶진 않았던 거다. 어떻게 만들어 낸 시간인데 말이지. 그 대신, 당일치기로 제주를 다녀오기로 했다. 딱 하나면 되었다. 어차피 항공료도 저렴한데, 뭐. 포기할 수 없었던 일정이 있었다. 오설록티뮤지엄 티스톤에서 진행하는 다도 체험 프로그램, '티클래스'였다. 몇 년 전에 다녀왔던 그 기억을 잊을 수 없어서 종종 참여하기 시작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뭔가 마음이 정돈되는 느낌이랄까. 오설록티뮤지엄 티클래스 프로그램은 예약제로 운영한다. 하루 5회차로 진행하는 티클래스는 회 당 최대 정원 20인을 선착순으로 받는다. 장소는 티클래스를 위해 따로 마련..

전라남도 순천 여행, 이른 아침 송광사 산책

주암호의 안개가 가득했던 어느 날 새벽, 송광사에 도착했다. 이른 아침이어서일까. 천년고찰 앞은 한산했다. 오롯이 이 숲을 혼자서 즐길 수 있다는 뜻이었다. 다행이었다. 주차장 끄트머리에 차를 두고, 경내로 들어섰다. 조금이라도 더 걷고 싶어서였나. 이유는 잘 기억 나지 않는다. 흙덩이가 발밑에서 바스러지며 소리를 내고 있었다. 자박, 자박. 그 소리가 꽤 경쾌했다. 새들의 지저귐은 고풍스러운 클래식 음악과도 같았다. 적당히 습기를 머금은 공기는 왠지 모르게 더 깨끗하게 느껴졌다. 숲의 틈 사이로 햇볕이 스며들었다. 오솔길 옆으로 흐르는 물줄기는 여느 때보다도 신난 듯한 모습이었다. 도시 생활자의 무뎌진 오감을, 자연은 그렇게 섬세하게 자극했다. 편백 숲이 있었다. 그사이에 놓인 의자가 보여 잠시 쉬어가..

서울양양고속도로 내린천휴게소, 여름휴가 핫플레이스

서울양양고속도로에는 정말이지 특이한 모습을 한 휴게소가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상공형' 고속도로 휴게소, 내린천휴게소다. 건축물의 모습만 독특하다고 생각하지 말 것. 이 안에는 특별한 것들이 가득하다. 새롭게 문을 여는 고속도로들이 대개 그렇지만, 서울양양고속도로는 2017년 개통 당시부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다. 사람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렸던 것은 국내 최장 터널 타이틀을 얻은 인제양양터널이다. 사람들은 백두대간을 관통하는 이 터널을 이용해 양양까지 빠르게 갈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감탄했다. 11km에 달한다니. 인제양양터널만큼 사람들이 관심을 표했던 곳이 있었으니, 내린천휴게소가 그렇다. 인제IC와 연결되어 있는 내린천휴게소는 우리나라 최초의 상공형 고속도로 휴게소라는 이름으로 '홍보'..

합천 해인사 가는 길, 가야산 소리길 트레킹

홍류동계곡이 우렁차다. 며칠 전 쏟아졌던 비 때문일 거다. 차가운 아침 공기가 볼을 스치운 것도 다 그 때문일 터였다. 새들의 노랫소리만이 마음을 토닥여줄 뿐. 왠지 모르게 속이 시끄러운 날이다. 나뭇가지에 내려앉는 듯했던 햇살이 사방으로 부서지더니, 기어코 발등 위를 뒤덮었다. 신발 끈을 조였다. 트레킹은 대장경테마파크라는 곳에서 시작했다. 문을 열지 않는 날이어서 그런 건지, 고요했다. 늘 이곳에서 커피를 파는 푸드트럭도 잠잠했다. 길 건너로 어렴풋이 보이는 흙길로 향했다. 폭신하게 깔린 흙이 마음에 들었다. 해인사로 향하는 가야산 소리길은 여기부터 홍류동계곡을 따라 거슬러 올라간다. 숲은 짙녹빛으로 가득했다. 여름이구나. 마음이 편안해지고,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그저 자연의 결을 따라 걷는 것, 그..

평창 여행, '영원한 속죄' 상이 있는 한국자생식물원 나들이

2012년, 화재로 인해 소실되었던 한국자생식물원이 드디어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2020년 6월 6일, 오랜 정비를 마치고 다시 개장한 것. 얼마나 반가웠는지, 문을 열자마자 찾아갔다. 강원도 평창, 오대산 자락에 위치한 한국자생식물원은 한반도에 자생하는 여러 야생식물과 멸종위기종을 한데 모아 선보이는 공간이다. 식물유전자원으로서의 가치가 높은 우리의 희귀자생종을 재배하고, 증식해 쉽게 볼 수 있게 만드는 것이 한국자생식물원의 목표다. 이런 복잡한 이야기는 접어두자. 한국자생식물원은 10여 개 이상의 테마로 꾸며진 곳이다. 시작과 끝은 북카페 '비안'이다. 식물과 관련된 책으로 가득한 이 공간에서는 식물원의 분위기를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탁 트인 창틀 너머로 펼쳐지는 한국자생식물원의 모습은 점점 더..

강원도 평창 호텔, 고려궁 전통한옥호텔 살펴보기

발왕산 자락에 이런 공간이 숨어 있는 줄 몰랐다. 고려의 궁궐을 모티브로 만들었다는 이곳은 전통한옥호텔 '고려궁'이다. 해발 900m 지점, 발왕산 중턱에 숨은 듯 자리하는 고려궁은 우리의 전통 건축 양식인 한옥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되, 현대적인 요소를 가미했으며, 투숙객의 편안함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는 고급 호텔이다. 가장 큰 곳은 '발왕'이다. 영빈관으로 취급되는 이곳은 정말이지 궁궐의 면모를 두루 갖추고 있다. 아마 우리나라에 아직 왕이 남아 있다면, 왕의 침전은 이런 모습이지 않았을까 상상하게 만드는 공간이다. 응접실은 어느 한 구석 고급스럽지 않은 것이 없다. 은은한 조명도 그렇다. 침실은 안락하면서도 자연과의 소통을 중시한 듯한 구조다. 편백으로 만든 욕조는 그저 여유가 넘친다. 윤선도가 살았던..

강원도 화천, 비수구미 생태길에서 숨겨져 온 풍경을 찾아내다

바쁜 나날이 이어졌다. 하루도 쉴 수 없었다. 이번 일만 끝나면 며칠 사라져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일을 마무리할 때 즈음, 겨우 시간이 났다. 오랫동안 마음에 담아두었던 그곳, 비수구미로 떠나기로 마음을 먹었다. 다행히 날이 좋았다. 해산령휴게소에 차를 세웠다. 여기부터 비수구미 마을까지 6km 남짓의 트레킹 코스가 있기 때문. 트레킹 코스라고 해봐야 동네 주민들이 오가는 비포장도로일 뿐이지만, 계곡이 내내 함께 있는다니 설렐 수밖에. 비구름은 없었다. 화창한 날씨였다. 되려 비가 좀 오거나, 안개가 낀다면 더욱더 운치가 있을 것 같았지만, 이런 하늘도 여전히 아름다웠다. 해산령휴게소는 비수구미생태길의 시작이다. 이곳부터 비수구미 마을까지는 쭉 내리막길. 마을에서 다시 해산령휴게소로 돌아오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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