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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ler's LIFE 138

평창 여행 여름휴가, 대관령양떼목장에서 인생샷을 건지다

평창은 언제 찾아도 색다른 매력으로 놀라게 하는 지역이다. 특히 대관령 일대가 그러하다. 겨울에는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 채, 마치 겨울왕국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더니, 여름엔 어디보다도 싱그러운 초록빛으로 물든 채 마음을 설레게 하니까. 그러고 보니, 한여름에 대관령 양떼목장을 찾은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매번 겨울에만 여길 찾았다니, 새삼 놀라웠다. 양들, 그리고 대관령에게 심심한 사과의 말을 전했다. 대관령과 선자령을 잇는 능선에 자리하고 있는 대관령양떼목장은 드넓은 구릉에 양을 방목해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으로 유명한 공간이다. 개인적으로는 라면 맛집으로 기억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김치가 들어간 이곳 휴게소의 라면은 정말이지 잊을 수 없는 맛이니까. 매표소를 ..

삼척 여행 가볼만한곳, 관동팔경 죽서루

이번 여행은 정말이지 다이내믹했다. 폭우와 함께 시작했던 여행은 맑은 하늘에 웃기도, 다시 흐려지는 하늘에 울기도 했다. 날씨는 우리의 목적지도 여러 번 바꿔댔다. 다행히 죽서루를 찾을 때는 날씨가 좋았다. 이번 여행에서는 날씨 얘기만 계속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날씨였다. 죽서루는 관동팔경 중 하나다. 고려 때에 처음 건립된 것으로 추정된단다. 고려 때부터 여러 문헌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을 이유로 꼽는다. 어디 그뿐인가. 옛 관동 지방, 동해안과 접하고 있는 지역에서 볼 수 있는 여덟 곳의 명승지를 아우르는 관동팔경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는 삼척의 명소이니, 그냥 지나치기에는 아쉬웠다. 통천 총석정, 고성 청간정, 고성 삼일포, 양양 낙산사, 강릉 경포대, 울진 망양정, 울진 월송정 등이 그 리스트..

[여름휴가 특집] 강원도 평창 펜션 추천, 음악이흐르는숲

숨어버리고 싶은 날이 있다. 아무도 모르게,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그런 생각이 들 때면 깊은 산속에 자리하고 있는 북유럽풍 별장에 대자로 뻗어 있는 내 모습을 상상하는데, 그런 곳이 실제로 존재할 줄은 몰랐다. 다들 그런 경험이 있지 않나. 머릿속으로 상상만 했던 풍경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걸 알았을 때 꼭 한 번은 직접 봐야겠다는 생각에 빠져들고 마는 거 말이다. 평창의 펜션 ‘음악이흐르는숲’이 내게는 그런 곳이었다. 깊은 숲이었다. 정말 여기로 들어가는 게 맞나 싶었다. 시골길을 파고들었다. 길은 점점 더 좁아졌다. 건너편에서 오는 차가 있으면 오갈 수도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한 줄기 빛이 있었다. 작은 나무판에 아기자기하게 써놓은 간판이었다. 펜션 입구를 찾는 건 어려웠다. ‘음악이 흐르는 숲..

남해 여행, 호캉스 추천 - 아난티 남해 이터널저니

책으로 가득한 공간에 들어설 때마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낀다. 눈길을 끄는 제목의 책을 보면 스르륵 훑어보는 것도, 평소 궁금했던 분야를 살펴볼 수도 있으니까. 인터넷만큼 빠른 건 아니어도 세상의 이야기를 깊게, 조곤조곤 말해주는 공간이기도 하다. 인쇄 공장에서 갓 나온 책 특유의 종이 냄새는 정말이지 마약 같아서, 서점에 갈 때마다 책을 그렇게 사게 만든다. 바쁘다는 이유로 한 권 제대로 읽지도 못하면서. 벌써 여러 차례 남해를 찾았다. 올해 여름에도 그랬다. 남해를 좋아해서다. 이유는 간단하다. 지나치게 북적이지 않고(이제는 꼭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하지만), 어딜 가나 에메랄드빛 바다가 펼쳐져 있으니까. 오고 가기에는 멀어도, 남해에 있는 그 시간만큼은 마음이 그렇게 편안해질 수가 없다. 마..

양양 여행, 여름휴가 추천 하조대 휴휴암

오랜만이었다. 7번 국도는. 처음 차를 샀을 때부터, 아니 그 전부터도 가장 달리고 싶었던 길. 실제로도 단숨에 내달렸던 길. 그 뒤로도 몇 번이나 출장 중에 이 도로를 지났지만, 여전히 설렜던 길. 그 길을 지나고 있었다. 속도는 느렸다. 멋진 풍경이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마침 여유도 있었으니, 그냥 지나치기에는 아쉬웠다. 강원도 양양의 하조대와 휴휴암은 둘 다 비슷하게 동해를 품고 있으면서도, 사뭇 다른 분위기를 자랑하는 곳이다. 어찌 둘 중 하나를 빼고 지날 수 있을까. 두 곳을 차례대로 둘러봤다. 하조대 하조대는 조선의 기틀을 잡았던 두 인물, 하륜과 조준이 즐겨 찾았던 곳이다. 하조대라는 이름도 그 둘의 이름을 섞어서 만든 것. 그들은 특히 말년에 양양으로 휴가를 오곤 했다는데, 이..

경상북도 영주 여행, 소수서원과 선비촌 산책

영주는 작은 도시다. 시내를 벗어나면 내내 조용한 시골 마을이 이어진다. 한적한 도로를 따라 달리고, 잔잔히 흐르는 강가나 숲 사이에 자리를 펴고 앉아 시간을 허비하기에 딱 좋은, 그런 곳이다. 유유자적이라는 말이 실감 나는 곳. 몇 년 전에 우연히 영주를 만난 이후로, 종종 그리워했다. 잊을 만하면 떠오르더라. 오랫동안 그리워만 하다가, 이제야 다시 영주를 찾았다. 소수서원, 얼마 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될 정도로 의미가 깊다지만, 머릿속에는 신선놀음하기 딱 좋은 곳이라는 생각만 가득했다. 정자에 드러누워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시간을 보내는 일만큼 영주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게 또 있을까. 소수서원은 여전했다. 아니, 기대 이상이었다. 전에 찾아왔을 때보다 더 좋았다. 이런 느낌은 흔치 않은 것인..

내일로 필수 여행지, 군산 여행 베스트 8 (feat. 경암동철길마을, 이성당, 히로쓰가옥)

내일로를 즐기는 '내일러' 사이에서는 반드시 찾아가야 할 필수 코스 중 하나, 군산 여행지 8곳을 소개한다. # 경암동 철길마을 군산이 유명해지게 된 건 순전히 이곳 때문이지 않을까. 좁은 길목 사이로 철길이 놓여 있는 곳. 그리고 그 사이로 기차가 오갔던 곳. 지금은 열차가 다니고 있지 않아 옛 모습을 많이 있었지만, 그 독특한 분위기만큼은 여전하다. 이 철길은 페이퍼코리아 공장부터 군산역까지를 연결하는 약 2.5km 길이의 선로였다. 1944년 개설한 이 노선은 화물 전용 구간이었고, 당시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철길 옆에'도' 모여 살았다. 뭐, 그런 시대였으니까. 지금은 테마 거리처럼 되어 있다. 레트로 감성에 걸맞은 교복 대여점이 성업 중이고, 학교 앞에서나 볼 수 있었던 주전부리를 판매하는 ..

내일로 추천 여행지, 경북 군위 화본역 + 엄마아빠 어렸을 적에

경상북도 군위, 대구 북쪽에 자리하고 있는 시골 마을이다. 그곳의 중심지... 까지는 아니지만, 유일하게 여객 열차가 정차하는 역, '화본역'에 다녀왔다. 김태리 주연의 영화 의 촬영지로 알려져 있지만, 꽤 깊은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다. 1938년 영업을 시작해 지금까지도 열차가 운행하고 있는 역이다. 하루에 4대의 여객 열차가 이곳에 멈춰 선다. 청량리와 경주를 잇는 중앙선이다. 여행자들이 이곳을 찾는 데에는 깊은 역사도, 지역 주민들의 노력도 한몫했다. 볼거리나 즐길 거리, 여유를 만끽할 만한 공간들도 곳곳에 있다. 그래서일까. 이곳에 도착하는 첫 번째 열차를 타고 와서 반나절 정도 한적한 시골의 풍경을 즐기다가. 적당히 시간이 맞는 열차를 떠나는 이들도 종종 만날 수 있다. 책 한 권을 들고 온다면..

여름 휴가 정선 여행, 삼탄아트마인 미술관 탐방 (태양의 후예 촬영지)

정선의 영광은 과거형이다. 석탄을 활발히 채굴했던 수십 년 전만 해도 동네 개들까지 지폐를 물고 다닌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부유했던 지역이지만, 이제는 그런 풍경 같은 걸 볼 수 있을 리가 없다. 탄광은 하나씩 문을 닫았고,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떠났다. 마을은 고요해졌다. 도시는 성장 동력을 잃어만 갔다. 곳곳에서 소소하게 농사를 짓는 이들이 아직도 남아 있지만, 예전 같은 느낌은 다시 찾기 어려워졌다. 그런 정선이지만, 언제 한 번 꼭 다시 가고 싶다고 생각해 놓은 곳이 있다. 삼탄아트마인이라는 곳이다. 삼척탄좌, 그러니까 버려진 폐광 시설을 미술관으로 단장한 공간이다. 38년간 석탄을 캐내던 곳이 이제는 문화 예술을 발굴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소장품을 전시하는 상설 전시와 각종 기획전..

순천 가볼만한곳, 낙안읍성민속마을 아침 산책

새벽부터 차를 몰았다. 목적지는 순천 낙안읍성민속마을이다. 예전부터 꼭 보고 싶던 풍경을, 이번에는 볼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놓치고 싶지 않은 풍경이었다. 주차장에 도착했을 땐, 이미 사방이 밝아오기 시작하고 있었다. 성문을 지났다. 아직 개장 시각이 아니어서인지 아무도 없었다. 고요했다. 가득한 안개가 나를 맞이했다. 꽤 몽환적인 분위기였다.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계단을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성벽에 올랐다. 산 능선을 타고 넘어오는 햇볕이 안개와 만나 바스러졌다. 은은하면서도 오묘한 빛이 사방에 그득했다. 이제는 유일무이한, 전통 읍성 마을. 낙안읍성은 그만큼 특별하다. 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양동마을이 양반의 집단 거주지였다면, 이곳은 그야말로 민초들의 공간이었다. 기와는 관청이었던 건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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