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업실에는 목조 서랍이 하나 있었다. 30여 년의 세월을 견딘 물건이지만, 이제는 낡고 부서져 사용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정리해야 할 때가 다가왔고, 나는 요즘 자주 찾는 이케아에서 적당한 서랍을 하나 구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쉽지는 않았다. 기존 서랍을 처분하기 위해서는 이와 비슷한 크기의 서랍을 구해야 했으니까 말이다. 이케아에서는 적당한 크기의 서랍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뭐든 다 있는 줄 알았던 이케아에, 내가 갖고 있는 서랍과 비슷한 사이즈의 제품을 구할 수 없다니. 망연자실하고 있던 찰나, 머릿속에 문득 생각 하나가 떠올랐다. 작은 걸로 두 개를 사면 되지 않을까. 헬메르를 찾은 것은 그때였다. 28x69cm에 불과한 이 작은 서랍은 어디에 놔도 부담스럽지 않았다. 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