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업실에는 목조 서랍이 하나 있었다. 30여 년의 세월을 견딘 물건이지만, 이제는 낡고 부서져 사용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정리해야 할 때가 다가왔고, 나는 요즘 자주 찾는 이케아에서 적당한 서랍을 하나 구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쉽지는 않았다. 기존 서랍을 처분하기 위해서는 이와 비슷한 크기의 서랍을 구해야 했으니까 말이다. 이케아에서는 적당한 크기의 서랍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뭐든 다 있는 줄 알았던 이케아에, 내가 갖고 있는 서랍과 비슷한 사이즈의 제품을 구할 수 없다니. 망연자실하고 있던 찰나, 머릿속에 문득 생각 하나가 떠올랐다. 작은 걸로 두 개를 사면 되지 않을까.
헬메르를 찾은 것은 그때였다. 28x69cm에 불과한 이 작은 서랍은 어디에 놔도 부담스럽지 않았다. 좁은 작업실에 이런 서랍 두 개라면 충분히 기존 서랍의 물건을 옮겨 놓을 수 있을 듯했다. 무엇보다도 두 작은 서랍의 카테고리를 나누어 다른 장소에 비치하기에도 좋을 듯했다. 바퀴도 달려 있으니, 언제든 쉽게 옮길 수도 있었고.
두 제품이지만 색상은 다르게 가기로 했다. 작업실 인테리어에 포인트를 줄 수 있지 않을까 하여. 이전에 사용했던 목조 서랍이 4칸으로 이루어져, 제대로 된 분류도 없이 잡동사니를 남은 공간에 욱여넣은 모습이었다면, 이번에는 카테고라이즈를 쉽게 진행할 수 있었다.
이케아 광명점에서 헬메르 철제 서랍 두 개를 구매했다. 무게는 꽤 무거웠지만, 가격은 개당 29,000원 수준. 목조 서랍이 10만원에 육박했던 것을 생각하면 훌륭한 가성비가 아닐까 싶다.
조립에 필요한 도구는 십자드라이버 하나가 전부다. 서랍을 조립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두 개를 완성하는 데 걸린 시간은 1시간에 불과했다. 개당 30분이면 충분했다는 이야기다.
먼저 벽이자 기둥이 되는 부분에 레일을 설치하는 것으로 조립을 시작했다. 서랍을 앞뒤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부위다. 이를 바닥이 되는 구조물에 연결하고 상단과 하단에 철판을 달았다. 마지막으로 바퀴를 부착해 기초적인 토대를 완성했다.
다음은 수납공간이 될 수납함. 이건 좀 독특했다. 바닥과 벽면을 부착하는 게 아닌, 접는 방식이었다. 철판을 접다니. 쉽게 접을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 재미있었다. 다만 접히는 부분이 약한 탓에 여러 번 반복해서 구부리면 부서질 위험도 있어 보였다. 설명서를 잘 확인해서 접어야 하는, 생각보다 중요한 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서랍함에 손잡이를 달았다. ㄷ자 형태의 손잡이를 서랍함 안쪽에서 나사로 고정하는 방식이다. 바깥에는 라벨을 꽂을 수 있는 홈도 있었지만, 없는 쪽이 더 깔끔해서 쓰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개인 작업실에서 쓰는 것이니, 자연스럽게 익숙해질 터였다.
두 개를 나란히 두면 작업실의 인테리어 포인트가 된다. 이케아 6단 철제 서랍 헬메르의 색상은 총 4가지. 화이트와 레드가 더 있으니 취향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 디자인이 상당히 깔끔하고 심플하다. 목조 서랍보다 시크한 인테리어 포인트가 되어준다. 단점은 소음이다. 서랍을 여닫을 때 목조 서랍보다는 소음이 있다. 이게 거슬리거나, 조용해야 할 장소라면 철제 서랍은 좋은 선택이 아니다.
결론적으로 나는 꽤 만족하는 제품이다. 크고 묵직한 서랍 대신, 작고 심플한 서랍 두 개가 오히려 더 깔끔하다. 용도에 따라 물건을 두 단계의 카테고리로 나눌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현재 나는 두 개의 서랍을 각기 다른 장소에 두고 용도에 맞게 사용하고 있다. 가끔 위치 이동이 필요할 때도 괜찮다. 바퀴가 있으니까.
이케아, 역시 실망스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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