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경기도 외곽에 있는 100평대의 전원주택을 매입했습니다. 크지는 않지만 적당히 살아가기에 괜찮은 크기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주어진 예산의 한계도 있었죠. 시세와 거리 등등을 적절히 고려해 선택하게 된 전원주택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전원주택을 구매하게 된 이유부터, 개인적인 선택 기준, 매물 탐색 과정, 그리고 유의해야 할 사항 등을 가감 없이 소개합니다.
1. 전원주택을 구매하게 된 이유
제가 살기 위해 전원주택을 구매한 것은 아닙니다. 은퇴한 부모님께서 전원생활을 꿈꾸셨기 때문이에요. 부모님을 위한 집을 구해드렸죠. 부모님께서는 귀농을 원하셨어요. 하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농사를 짓기에는 연세가 많으셨던 것이 첫 번째 이유입니다. 잔병치레가 많아지시는 시기라서 병원은 최대한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찾기 시작한 것이 경기도 외곽의 전원주택입니다.
2. 전원주택 매물 선택 기준
잔디가 깔린 작은 앞마당에서 소소하게 광합성하며, 정원을 꾸미며 여유롭게 생활하게 되실 부모님을 상상하며 전원주택 매입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어떤 전원주택을 선택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전혀 없었어요. 일단 드라이브 삼아 경기도 외곽의 시골 마을을 하나씩 둘러보며, 부모님께 어떤 환경이 필요할까 고민했습니다. 물론, 어머니도 함께 다녀왔죠.
그러면서 전원주택을 고르는 기준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 기준을 소개해 볼게요.
(1) 도심지에서 그리 멀지 않아야 했습니다. 너무 시골 같은 곳은 격리된 느낌이 들어서 힘들겠더라고요. 조용한 마을이지만, 가까운 곳에 도시의 인프라를 갖춘 곳이 있는 것이 좋았습니다. 예컨대, 병원이나 마트, 식당 같은 것들이 근처에 있어야 했습니다.
(2) 단일 업체가 단지 형태로 만든 전원주택은 지양했습니다. 말이 좋아 전원주택마을이지, 획일화된 건축물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개성도 없고, 고르는 재미도 없으며, 마을 주민들과 부대낄 것이 뻔히 보이는 입지가 많았습니다. 그런 곳은 피하려고 했어요. 그렇다고 해서 너무 아무것도 없는 곳에 있는 전원주택도 그리 선호하지는 않았죠.
(3) 건축한 지 10년이 되지 않은 집을 고르려고 노력했습니다. 전원주택 중에서는 정말이지 어릴 적에 봤던 시골 한옥집 같은 곳들도 많았어요. 40~50년 된 집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 곳들은 가격이 저렴했지만, 그만큼 수리 비용이 늘어날 거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주어진 예산 내에서 최대한 신축에 가까운 매물을 탐색했습니다.
(4) 대지가 100평 이상인 곳을 찾았습니다. 대지가 작을수록 건물의 넓이도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용적률이라는 게 있으니까요. 부모님 두 분만 거주하실 예정이지만 저희 형제가 방문했을 때도 좁지 않아야 했어요. 마당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당연하게도 넓은 땅일수록 가격이 올라갑니다. 그래서 서울에서 조금씩 멀어질 수밖에 없었어요. 현실이 그러니까요.
3. 전원주택 매물 탐색
어느 정도 기준을 잡은 후에는 매물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는 [네이버 부동산]을 들어가 볼 수밖에 없는데요. 이 서비스에 관한 이러저러한 이야기가 많더라고요. 일단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활용하세요. 좋습니다.
[네이버 부동산]에도 없는 매물,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에요. 네이버 부동산에 올라온 매물을 시작으로 해당 공인중개사가 갖고 있는 다른 것들까지 보여달라고 하시면 됩니다. 저도 그렇게 했어요. 그때는 그게 잘못된 방법은 아닐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딱히 대안이 없습니다.
참고로, 개인적으로는 원래 살았던 동네의 공인중개사에게 전원주택 탐색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네이버 부동산에서 보았던 매물과 동일한 것을 가지고 왔더라고요. 큰 도움은 되지 않았습니다. 그 공인중개사가 공동중개 수수료를 받아 갈 수는 있었죠. 저한테 좋았던 점은 하나도 없었어요.
네이버 부동산에서 원하는 조건으로 필터 설정을 하신 뒤에, 해당 지역을 쭉 스캔해보시기 바랍니다. 주소가 있다면 해당 매물 링크 또는 즐겨찾기와 함께 저장해두세요. 정확한 주소가 없다고 하더라도 그 지역을 둘러보시기를 바랍니다. 물론, 직접 발품을 팔아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해당 매물을 게시한 공인중개사에게 전화해 집을 보고 싶다고 말해도 좋고, 그냥 그 주소를 따라가서 외관만 살피고 와도 의미가 있습니다. ‘네이버 부동산에서 매물 보고 전화드립니다’ 정도로 시작하면 됩니다.
집을 보는 방법이야 각자의 취향이 있는 것이니 넘어가겠습니다. 아, 한 가지 확실히 해두어야 할 것이 있다면 거주 예정자 본인의 취향을 확고하게 다져 놓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공인중개사에게 또는 매도자에게 휘둘릴 가능성이 높거든요. 저는 ‘정원이 적당히 넓은지’, ‘볕이 잘 드는지’, ‘간단히 텃밭을 일굴 수 있는지(상추 등을 심을 수 있을 정도)’, ‘주차 공간이 넉넉한지’, ‘진입 도로가 쾌적한지’, ‘건물에 수리해야 할 것들은 없는지’ 등을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어쨌든, 저희는 그렇게 후보군을 줄였습니다. 그다음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을 살피면서 매물과 관련된 내용을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5) 해당 전원주택이 속한 땅의 용도가 어떻게 설정되어 있는지를 보았습니다. 주변 개발 계획이 어떤지도 궁금했어요. 네이버 지도 우측 상단에서 지적편집도를 클릭하면 볼 수 있는데요. 용어 설명이 어렵다면 검색해보시면 됩니다. 전문가가 아니라 자세한 정보를 얻지는 못했지만, 부동산 공인중개사들도 크게 다른 정보를 갖고 있는 건 아니더군요. 있어도 ‘단점’이라면 고객에게 굳이 풀지 않는 경우가 많을 것 같다고도 생각했습니다. 장점인 경우에는 먼저 이야기하더군요. 제가 구한 집은 근처에 아파트 개발, 지하철 노선 신설 등의 메리트가 있었는데요. 다들 어찌나 그 얘기를 하는지… 어쨌든, 지적편집도 확인이 구매에 도움이 된 건 사실입니다.
(6) 주변에 어떤 공공시설이 있는지도 알아야 했습니다. 보건소와 같이 생활에 이로운 시설도 있지만, 쓰레기처리장과 같은 악취 유발 시설이 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는 게 좋습니다. 몇몇 시설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지도에서도 찾아볼 수 없게끔 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군 사격장 같은 것이죠. 이런 것들은 인터넷에서 쉽게 얻을 수 없는 정보가 대부분입니다. 직접 임장을 다니면서 주변에 어떤 시설이 있는지 알아내야 했습니다.
4. 전원주택 매매 시 유의해야 할 사항
발품을 꽤 팔았습니다. 부동산도 여러 군데 들렀죠. 그들은 우리가 [네이버 부동산]에서 확인한 매물 말고도 다른 것들을 보여 주었습니다. 전원주택이라는 게 매물이 그리 많은 편은 아니어서, 겹치는 것들도 좀 있었는데요. 특정 매물에 대한 여러 공인중개사의 의견을 들을 수도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공인중개사의 말에 현혹되지 마세요.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의견을 모두 무시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집을 구할 때 어떤 조건을 원하는지를 확실하게 생각하고 중개업자를 만나셔야 그들의 말에 휘둘리지 않습니다.
최대한 보수적인 시각으로 매물을 바라보시기를 바랍니다. 누수는 없는지, 출입구는 잘 갖추어져 있는지, 시설에 하자는 없는지 등등을 살펴보시고, 집주인 또는 중개업자에게 문의하셔야 합니다. 계약하기 전까지 꾸준히, 많은 것들을 물어보세요. 그리고 그들의 답변을 최대한 기록으로 남겨 두어야 합니다. 녹음이 가장 좋은 방법일 테지요. 그들은 집을 팔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고, 우리는 최대한 좋은 집을 얻어야 하는 입장이라는 점을 잊지 마세요.
일반적으로 계약 후에 생긴 하자 보수 책임은 매도인에게 있습니다. 우리가 봤던 그 상태 그대로 넘겨주어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건물 안에 있는 것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마당이나 담장에 문제가 있는 경우에도 하나씩 확인하셔야 합니다. 전원주택 매매가 어려운 점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꼼꼼하게 확인하지 않는다면, 결국 이사하자마자 공구를 들고 이리저리 돌아다니시게 될 겁니다. 불행하게도 경험담이에요.
이사하기 전에 한 번 청소하는 게 좋습니다. 업체는 꼼꼼하게 선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희는 이사업체의 소개를 받았지만, 제대로 청소가 되지 않아 애를 먹었거든요. 소개를 받는 것도 좋겠지만 유튜브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업체가 비교적 확실한 결과물을 보여준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후회 중입니다ㅠㅠ
5. 후기
좋은 집을 구했다고 생각하지만서도, 몇 가지 문제점은 있었습니다. 이사를 미리 준비했더라면 청소나 수리에 있어서 여유를 가졌을 텐데 그러지 못한 것이 가장 큽니다. 결과적으로 청소는 엉망이었고 수리할 곳도 꽤 있었죠. 그래도 전원주택에서 살기로 결정한 것은 좋았습니다. 공기도 좋고,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며 여유를 누릴 수 있거든요.
물론 저는 곧 도시로 돌아갑니다. 부모님이 살기에는 좋지만, 저는 아니에요.
* 해당 포스트에 있는 사진들은 실제와 다릅니다. 출처는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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