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ler's LIFE/KOREA

걷기 좋은 길 여수 금오도 비렁길 1코스 당일치기 트레킹

AlanKIM 2022. 4. 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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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을 거라고 했던 기상청의 일기예보는 빗나갔습니다. 뭐, 늘 그렇죠. 푸른 하늘과 초록빛 바다를 만나고 싶어 새벽부터 길을 나섰지만, 선착장 앞에서 마주한 풍경은 그저 흐리멍덩한 하늘이었을 뿐이었죠. 그래도 비가 내리지 않는 것에 감사해야 했어요. 다행인 건 배는 뜬다는 것이었습니다. 

 


여수 돌산도에 있는 신기선착장과 금오도의 여천선착장을 오가는 차도선은 자주 있었습니다. 다행이었어요. 배에 올라 주변을 살폈습니다. 바람도, 온도도 적당한 날이었어요. 흐린 날씨를 보상해주는 건 역시 바다. 배를 타고 이동하며 눈에 풍경을 담았습니다. 

 


돌산도 신기선착장에서 금오도 여천선착장까지는 약 20여 분이면 닿습니다. 다만 이번 목적지인 금오도 비렁길 1코스까지 가려면 버스를 옮겨 타야 했어요. 선착장 앞에 버스가 줄지어 서 있었는데요. 그중에 함구미 방향으로 향하는 버스를 찾아 올라탔습니다. 버스요금은 2,000원. 현금으로 내야 합니다. 


비렁길의 ‘비렁’은 ‘벼랑’이라는 의미예요. 그 말은 곧, 벼랑을 따라 걸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위험하진 않아요. 대신 섬이 품은 바다의 풍경을 시원하게 볼 수 있습니다. 서두를 이유가 없어요. 이 길을 쉽게 끝내버리면, 그것대로 아쉬운 일이니까요. 

 


함구미항에서 첫 번째 비렁인 ‘미역널방’으로 이어지는 길에 올랐습니다. 작은 언덕만 오르면 내내 절벽을 따라 걷게 됩니다. 밤새 내렸던 비는 오히려 도움이 되었습니다. 촉촉한 공기와 폭신한 흙바닥을 내어주었거든요. 걷기에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죠. 발걸음이 가벼워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흐린 하늘은 나름대로 운치가 있었습니다. 바람도 적당했어요. 미역널방은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미역을 널어두었던, 너른 바위가 있는 곳이었습니다. 미역을 널어둔 모습은 없었지만 어떤 분위기일지는 예상이 가능했습니다. 제가 직접 누워봤거든요. 

 


얼마나 걸었다고, 쉬기로 결정했습니다. 힘들어서는 아니었어요. 청량감 넘치는 파도 소리가 있었고, 의자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운명에 순응해야죠. 이 풍경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인물이 바로 보조국사 지눌입니다. 고려 시대의 승려였던 그는 이곳에 송광사라는 이름의 사찰을 창건했습니다. 지금은 터로만 남아 있어 아쉽지만, 그 주변으로는 아름다운 풍경이 여전했습니다.

 


금오도의 해안절벽을 감상할 수 있는 길이 이어졌습니다. 절벽을 때리는 파도 소리를 더욱더 자세히 들으려고 멈춰 선 것만 여러 차례였어요. 잠시 쉴 만한 곳이 나타날 때까지 어찌나 감탄하며 걸었는지. 중간 지점에 있는 식당에 들어갔습니다. 도토리묵무침 한 접시와 해물라면을 주문하고는 테라스 밖 풍경을 감상했습니다. 간단히 주문했을 뿐인데 테이블을 가득 채우는 반찬들은 역시 시골 인심을 떠올리게 했어요. 특히 방풍나물이 맛있더라고요. 

 


식당을 나선 뒤, 다시 비렁길로 들어섰습니다. 비밀의 숲이라고 해도 좋을 만한 오솔길이 이어졌어요. 판타지 영화 속에 들어선 것처럼 울창한 숲이었습니다. 몽환적이라는 표현이 딱 맞을 거예요. 비렁길을 따라 금오도의 깊은 곳으로 들어설수록 풍경은 더욱더 아름다워지기만 했습니다. 

 


반전 매력도 있었어요. 숲속을 헤매게 하더니, 엄청난 전망대를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때마침 구름이 걷히고 바다가 반짝이기도 했는데요. 이 모든 게 신의 설계가 아니었나 싶다는 생각도 들었을 정도입니다. 모든 순간이 완벽했어요. 

 


기승전결 또한 완벽했습니다. 신선대 이후에는 줄곧 내리막길이었습니다. 대나무 숲과 한껏 무성해진 남도의 풀잎이 서로 부대끼며 재잘거리는 소리가 좋았습니다. 새들이 지저귀는 노래도 마찬가지였죠. 

 


금오도 비렁길 1코스의 종점에 도착했습니다. 두포마을입니다. 버스가 올 때까지 방파제에 걸터앉아 풍경을 감상했습니다. 이제야 걷힌 구름과 그 사이로 보이는 푸른 하늘, 바다 위를 한껏 수놓은 윤슬이 끝까지 마음을 간지럽혔습니다. 이 여운이 오래되기를 바라고, 또 바랐습니다. 

 

 


# 금오도 비렁길 1코스
- 돌산도 신기선착장에서 금오도 여천선착장까지는 약 20분이 소요됩니다. 
- 배는 하루 6~7회 정도 있습니다. 계절에 따라 다릅니다. 
- 여수항에서도 여객선을 운항하지만, 편 수가 적고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 신기선착장에서 여천선착장까지의 승선 요금은 성인 기준 5,600원입니다. 편도입니다.
- 금오도 마을버스는 수요에 따라 움직입니다. 자세한 정보는 버스 업체에 전화로 문의하셔야 합니다. (061-665-9544 / 010-6314-9544)
- 금오도 내 택시는 2대가 있습니다. 부부가 운영한다고 하네요. 전화번호는 061-666-2651 / 010-8614-2651 입니다.
- 이 포스팅에서 소개한 것은 금오도 비렁길 1코스이지만, 3코스가 제일 아름답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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