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ler's LIFE/KOREA

해남 달마고도, 미황사에서 시작해 달마산을 한 바퀴 도는 트레킹 코스

AlanKIM 2022. 4. 15.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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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달마고도는 벌써 세 번째입니다. 그만큼 제가 좋아하는 길이라는 뜻이에요. 하루쯤 세상과 담을 쌓고 걷기에 이만한 곳이 또 있을까 싶어요. 

 


미황사 앞. 맑은 공기로 달마고도 걷기를 시작했습니다. 흐린 날씨였지만 괜찮았어요. 덥지는 않을 테니까요. 생수와 간식을 잔뜩 챙긴 가방을 들고 길을 나섰습니다. 달마고도는 미황사와 도솔암이 있는 달마산 주위를 한 바퀴 도는 길입니다. 무려 17.7km를 자랑하는 길인데, 어렵진 않습니다. 기계의 힘을 전혀 빌리지 않고 오로지 사람의 노력으로만 길을 깔끔하게 닦아 두었거든요. 기존에 있던 길은 엮어내고, 험한 구간은 너른 돌을 찾아 메꾸었다고 해요. 여기저기 자라나는 잡초는 주변으로 옮겨 심은 것이 지금의 모습입니다.

 


사람이 걷고, 가꿀수록 길은 조금씩 변하고 있습니다. 방문할 때마다 조금씩 편안해지고 있는 듯한 느낌이에요. 식목일을 기념해 나무를 심은 모습도 눈에 띕니다. 그대로인 것도 있습니다. 속세에서 벗어난 것처럼 안온한 공기가 가득하다는 점이었어요. 

 


완만한 오르막과 내리막, 평탄한 길이 반복해서 등장했습니다. 달마고도가 품은 숲의 풍경은 정말이지 고즈넉했어요. 덥지 않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숲길은 잠시 임도를 만났다가, 다시 숲으로 향했습니다. 길은 점점 저희를 더 깊은 산속으로 데려다주고 있었습니다. 초록빛 숲은 설렘 그 자체였어요. 바람이 불 때마다 진한 풀 내음이 날아왔고, 은은한 꽃향기가 느껴졌습니다. 

 


‘너덜겅’입니다. 돌과 바위가 비탈을 따라 쏟아져 내린 듯한 모습을 하고 있는 지형이에요. 한국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모습이죠. 돌무더기가 바닥을 덮어서 나무나 풀이 자랄 수 없는 곳이기도 합니다. 당연하게도 그늘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쉬어가기에는 좋은 곳이에요. 평평한 바위 하나 찾아 걸터앉기만 하면 되거든요. 


너덜겅이 만들어 낸 풍경이 해남의 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도록 만들어줍니다. 달마산의 자랑, 정상부에 솟은 병풍 같은 기암괴석을 감상할 수도 있어요. 그야말로 장관입니다. 사람들은 이 길을 오가며 돌탑을 쌓아두기도 해요. 달마산에는 이런 너덜겅이 몇 개 더 있습니다. 너덜겅이 나타날 때마다 쉰다고 생각하시면 좋아요. 

 


종종 너덜겅이 등장하는 것 이외에는 험한 구간 하나 없이 무난한 길이 이어집니다. 지루할 수도 있지만, 구석구석 자연의 모습을 감상하며 걷다 보면 재미있기도 해요. 일찍 출발한 뒤, 조금 천천히 걸어보시기를 바랍니다. 


놀멍, 쉬멍. 그 표현처럼 달마고도를 거닐었습니다. 편백 숲마저 지나자 하늘이 노랗게 물들어가는 게 보이기 시작했어요. 마지막은 시작 지점이었던 미황사입니다. 마침 미황사에서 법고 소리가, 목탁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기가 막힌 타이밍이었습니다. 마치 달마고도 완주를 축하해주는 것만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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