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방조제는 세계에서 가장 긴 방조제입니다. 방조제를 따라 쭉 뻗은 33.9km의 도로는 국내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곧은 길이죠. 달리고픈 욕구가 꿈틀대기에 딱 좋은 곳입니다. 지도만 봐도 그렇지 않나요?
저는 종종 이 인근에 갈 때면, 굳이 길을 돌고 돌아서 새만금방조제로 향합니다. 달리고 싶어서죠. 물론 제한속도를 지켜서 운전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좋아요. 탁 트인 길을 따라 유유자적 달린다는 게 말입니다.
이번에는 자전거로 새만금방조제를 달려보기로 했습니다. 전 구간은 아니고, 중간에 있는 고군산군도를 연결해서 자전거 라이딩 코스를 그려보기로 했어요. 신시도와 선유도, 장자도로 이어지는 다리는 멋진 풍경을 품은 자전거도로이기도 했으니까요. 날씨가 좋았던 어느 날, 군산 비응항으로 향했습니다. 새만금방조제의 시작점입니다.
비응항 입구에서 바라본 새만금방조제는 역시 제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좋았습니다. 끝 모르고 뻗은 길을 가운데에 두고 서쪽으로는 바다, 동쪽으로는 간척 개발이 이루어지는 호수가 펼쳐지고 있었어요. 고요한 풍경. 갈매기들의 울음소리와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들의 소음만이 이따금 울려 퍼지는 길을 가르며 달린다니.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오르막이나 내리막도 없는 이 길은 잡념을 비워내기에 좋았습니다. 선선하면서도 적당히 습도가 있는 공기를 뚫고 경쾌하게 내달렸습니다. 그늘 하나 없는 것이 아쉽다고 생각했지만, 곳곳에 쾌적한 쉼터가 눈에 띄기도 했습니다. 아무도 없는 전망대가 일정 간격으로 설치되어 있기도 했죠. 긴 새만금방조제가 지루하지 않았던 이유입니다.
아미도에 도착했습니다. 어마어마한 기암괴석이 절경을 이루고 있었어요. 고군산군도로 이어지는 비경의 시작이라도 된다는 듯이 자신의 모습을 한껏 뽐내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조금만 더 가면 고군산군도로 향하는 갈림길이 등장할 예정이었습니다. 잠시 쉬어가기로 했어요.
고군산군도로 들어서는 길목부터는 난도가 조금 높아졌습니다. 섬의 어귀를 따라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해 등장했기 때문인데요. 고생하는 것보다 훨씬 아름다운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지고 있다는 점이 위안이었어요. 더 천천히 가면 되니까요.
고군산군도 내에는 바다 풍경을 조망할 만한 시설이 더 많았습니다. 어딜 가나 전망대라고 부를 만한 것들이었어요. 그 핑계로 더 많이 쉬면서 달릴 수 있었습니다. 다리 중간에 멈춰 서서 풍경을 감상하기도 했죠. 여러 개의 섬이 모여 한 폭의 동양화를 만든 것 같은 이 모습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으니까요. 달리다가 멈춰서기를 여러 차례. 그렇게 신시해안교와 고군산대교를 건넜습니다.
목적지는 선유도해수욕장이었습니다. 가는 길을 따라서는 내내 파란 하늘과 탁 트인 바다, 사방에 솟은 섬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어요. 매력적인 풍경이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내내 서해가 숨겨놓기라도 한 듯한 풍경이 이어졌습니다.
선유도해수욕장은 조금 북적였습니다. 많은 사람이 오랜만에 찾아온 온기를 즐기고 있더라고요. 조금 한적한 곳으로 자리를 옮겨 휴식을 취했습니다. 파도 소리가 피로를 싹 씻겨주는 듯했습니다. 여운이 꽤 오랫동안 남았습니다. 다시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그날, 이 길을 따라 한 번 더 달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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