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ler's LIFE/KOREA

부산 영도 흰여울문화마을, 깊게 보면 매력이 넘치는 곳

AlanKIM 2022. 4. 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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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영도, 흰여울문화마을에 다녀왔다. 벽화 하나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던 그곳에 처음 방문했던 것도 거의 10여 년 전의 일. 정말 오랜만에 다시 찾았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던가. 몇 년 새에 흰여울문화마을은 여행자들로 북적이는 동네가 되었다. 곳곳에 예쁜 벽화와 조형물, 멋진 경관을 선사하는 전망대들도 자리했다. 길 옆에는 마을 주민들이 가꾼다는 화단이 이어졌고, 카페와 점빵도 성업 중이었다. 

 

 


이곳에 무려 4박 5일을 머물렀다. 카페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노을을 감상하며 라면을 먹었다. 영도 앞바다에서 정모라도 하는 듯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배들을 구경하고, 산책로를 따라 거닐기도 했다. 이 작은 마을에서 4박 5일간 할 만한 게 무엇이 있느냐고 물으신다면, 꼭 한 번 머물러보라고 권하고 싶다. 천천히 구석구석 톺아보고, 마을 주민과 이야기를 나누며, 관광객이 없을 때의 고즈넉한 마을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말이다. 

 


흰여울문화마을은 부산 영도의 한쪽 구석, 그것도 절벽에 위태롭게 자리하고 있는 마을이다. 한국에 이런 마을이 또 있을까. 독특한 생김새 덕분에 이곳은 수많은 여행자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사실 이곳은 6.25전쟁 중 부산으로 내려온 피란민들이 자리를 잡은 마을이다. 살 곳을 찾고 찾아 이곳 절벽에까지 터를 마련했던 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셈. 당시의 절박함이 오롯이 느껴지는 공간이다.

 


그래서인지 좁고 낡은 집이 대부분이다. 다른 곳이었으면 작은 창고로 쓰였을 만한 크기의 공간도 이 마을에서는 한 가족이 살아가는 집이었다고 한다. 한 집을 세 칸으로 나누어 세 가구 이상 사는 일도 비일비재했고. 집과 집 사이의 경계선이 엉망이었다는 이야기도 된다. 그래서 재건축은 엄두도 낼 수 없단다. 이곳에 자리를 잡은 지도 70여 년이 지났지만, 예나 지금이나 힘겹게 살아가기는 마찬가지다.

 


흰여울문화마을에 생기가 돌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영화, 예능프로그램 등에서 이곳을 소개한 직후였다. 이곳엔 벽화가 그려졌다. 철거 위기를 극복한 뒤 관광 명소로 재탄생한 통영 동피랑의 영향을 받았을 터. 이곳 상황도 동피랑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에, 그들처럼 재기를 꿈꾸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오랜만에 생기가 도는 모습을 본 마을 주민들은 마을을 가꾸었다. 화단을 만들고 꽃을 심어 마을을 더 예쁘게 꾸몄다. 길가에 보이는 화단은 방문객을 향한 주민들의 노력이자 마음이다. 그렇게 흰여울문화마을은 부산을 대표하는 관광지 중 한 곳이 되었다. 
 

 


흰여울문화마을 산책은 흰여울안내소에서 시작하면 된다. 이곳에 주민들이 상주하며 마을을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다. 이곳에서는 소소한 기념품도 판다. 대부분 마을 주민들이 직접 만든 제품이란다. 수익은 마을을 가꾸고 보존하는데 쓰인다니, 이곳을 방문하는 여행객이라면 하나쯤 구매하는 것도 좋겠다. 흰여울안내소는 영화 <변호인>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흰여울문화마을 곳곳을 누비는 길고양이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마을 주민들이 가꾼 화단을 감상하며 거닐어보자. 아름다운 풍경, 소박한 마을 이야기를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을 거다. 부산 도심에서 다소 떨어져 있다는 점도 흰여울문화마을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 걸으면 걸을 수록 점점 더 이곳의 매력에 빠져들 거다.

 


흰여울점빵은 마을 주민이 운영하는 카페다. 사장님이 직접 개발한 특제 양념으로 끓여낸 라면이 이곳의 시그니쳐 메뉴. 2층 창가에 자리를 잡고 앉아 먹기를 권한다. 아마 흰여울문화마을에서 가장 멋진 순간이 되지 않을까. 흰여울문화마을의 절벽 마을을 따라 생겨난 카페들도 멋진 전망을 자랑한다. 발길 닿는 곳에 자리를 잡고 영도 앞바다의 풍경을 바라보며 유유자적 시간을 보내볼 것. 

 



절벽 아래에는 절영해안산책로라는 길이 이어져 있다. 마을 주민들은 이곳에 운동을, 여행자들은 파도 소리를 들으며 산책을 즐긴다. 갈맷길 3코스 3구간과 이어지기도 해서, 태종대까지도 걸어서 가볼 수 있다. 

 


이곳에서는 전통 방식으로 물질하는 해녀들도 종종 만나볼 수 있다. 이들 중 일부는 4.3사건 때 제주의 학살을 피해 부산으로 이주해 온 사람들이다. 종종 이곳에서 해산물을 팔기도 한다. 

 


흰여울문화마을은 잠시 머무르며 인증 사진 몇 장 찍고 떠날 곳이 아니다. 천천히 즐기는 곳이다. 작은 서점에서 책을 구매해 읽어보고, 예쁜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부리며, 멋진 전망의 펍에서 맥주를 마셔보는 것은 어떨까. 조금만 깊게 들어가면 매력 넘치는 공간과 친절한 사람들이 가득한 곳이다. 마을에 방문할 예정이라면, 꼭 그 매력에 푹 빠져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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