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때 경부선 철도가 부설되었다. 그 중심지에 있는 대전이 빠르게 발전하기 시작한 것은 그 무렵부터. 대전역 주변에는 30동이 넘는 관사가 건축되었고, 철도와 관련된 일에 종사하는 이들이 모여 살기 시작했다. 대전역 동쪽에 있는 소제동이 바로 그곳이다. 철도가 연결된 곳이라면 어디든 관사가 있었지만, 이렇게 큰 규모로 관사가 모여 있는 마을은 소제동이 유일했다.
경부선 철도가 생길 때부터 있던 동네였으니, 상당히 낡은 것도 사실이다. 오래된 건물들이 불규칙한 형태와 크기로 여기저기 자리하고 있고, 쓰러질 것만 같은 담벼락과 차 한 대도 겨우 지나갈 법한 골목길이 마치 미로처럼 이리저리 얽혀 있다.
그러나 어찌 보면 규칙성이 있는 것 같기도 한 것이 소제동의 독특한 점이다. 건물은 각기 다른 매력을 발산하며 서로 어우러지기 때문이다. 이 일대를 누비고 있는 길고양이들이라면 소제동의 매력을 잘 알고 있지 않으려나. 그들을 따라다니다가 길을 잃을 뻔했다.
이렇게나 특별한 소제동의 감성이 통째로 사라질 뻔한 적이 있었다. 언제나 그러하듯이 낡디낡은 지역에 불어오는 재개발의 바람 때문이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이들이 있었으니, 익선동을 신선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개선했던 ‘익선다다’ 팀이 그 주인공이다.
‘익선다다’ 팀은 소제동 도처에 자리하고 있는 여러 관사를 리모델링했다. 그리고 그 안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 다시금 세상의 빛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소제동의 역사를 지키고, 지역의 문화를 활성화하며,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공간으로 새롭게 탄생한 것이다.
이제 소제동은 대전을 대표하는 핫플레이스로 자리를 잡았다. 정성껏 끓인 육수와 신선한 식재료로 1인 샤브샤브 밥상을 만들어 파는 식당 ‘온천집’은 곳곳에 지점을 낼 정도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지역 식자재를 활용해 다양한 퓨전 요리를 선보이는 비스트로 ‘파운드’는 수많은 단골을 만들어냈다.
이탈리아부터 독일, 대만, 베트남에 이르기까지 동서양을 아우르는 식당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수준급의 스페셜티 커피, 다양한 재료를 섞어 달콤한 맛과 향긋한 향을 선보이는 차, 독특한 빵과 디저트도 찾아볼 수 있다.
소제동의 거친 매력부터 힙한 분위기까지. 그 사이에 놓인 한 할아버지의 연정 가득한 대나무숲도 만나보자(풍뉴가). 어디든 인생샷 명소가 되기에 충분하다. 골목 사이를 걷거나, 대동천 산책로에서 한가로이 오후를 보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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