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ler's LIFE/KOREA

울산 태화강국가정원의 핵심, 십리대숲 산책

AlanKIM 2022. 4. 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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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대나무 숲이 있습니다. 자연적으로 조성된 것은 아니에요. 지금으로부터 약 100여 년 전, 그러니까 일제강점기에 이곳에 대나무를 심은 것은 일본인들이었습니다. 수익을 목적으로 대나무 ‘밭’을 만들고 가꾼 것이죠. 광복 후, 그들은 울산을 떠났습니다. 대나무숲은 그렇게 주인을 잃었고요. 

 


대나무 숲은 방치된 채 울산의 중심을 흐르는 태화강을 뒤덮었습니다. 태화광 곳곳에서 자생 중인 대나무 숲을 다 합치면 그보다 훨씬 더 큰 규모를 자랑해요. 그 규모만 해도 4km를 훌쩍 넘습니다. 사람들은 이곳을 십리대밭 또는 십리대숲이라고 불렀어요. 

 


1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십리대숲에 위기가 찾아온 적도 많았습니다. 밭 주변이 재개발 위기에 처했던 것이 가장 컸죠. 주민들을 비롯해 여러 사람이 십리대숲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가 지금의 십리대숲, 그리고 태화강공원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몇 년 전, 십리대숲을 포함한 태화강대공원 일대는 순천만에 이어 두 번째 국가정원으로 지정되게 됩니다.

 


대나무 숲 사이로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이리저리 유려하게 꺾인 곡선은 십리대숲을 더욱더 깊고 길게 즐길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걷다 보면 착각에 빠지기 일쑤입니다. 공업 대도시 울산의 한가운데를 걷고 있다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거든요.

 


대나무 숲 한가운데 주저앉은 채 흩날리는 댓잎들을, 숲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빛과 바람에 몸을 맡겨보아도 좋습니다. 두껍게 쌓인 낙엽은 포근한 느낌마저 줍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대나무가 서로 부대끼는 소리가 꽤 경쾌하게 들려오기도 합니다. 포근하고, 평화로우며, 감성적인 순간이 이어집니다. 

 


십리대숲을 살짝 벗어나면 태화강의 탁 트인 풍경이 여러분을 맞이할 겁니다. 십리대숲 한쪽 끄트머리에 자리하고 있는 만회정은 200여 년 전에 소실되었다가, 몇 년 전에서야 지금의 모습으로 재건되었습니다. 이제는 마을 주민과 여행자에게 멋진 쉼터를 제공하고 있어요. 한 번쯤 올라가서 그 바람을 만끽해보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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