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에 작은 중국이 있습니다. 요즘 논란이 많은 차이나타운 같은 건 아니에요. 정원입니다. 팔달구 인계동, 그러니까 수원시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효원공원 내에 조성된 '월화원'이라는 곳이에요.
하필 수원 한복판에 중국 스타일의 정원이 있다니. 이게 말이나 되나 싶을 수도 있겠지만, 이야기를 들어볼 일입니다. 저도 처음엔 생뚱맞다고 생각했거든요. 효원공원이 순천의 순천만국가정원처럼 여러 테마를 만들어 선보이는 공간도 아니고 말이에요. 그저 동네에 있는 공원일 뿐인데.
내막은 이렇습니다. 2003년 경기도와 중국 광둥성이 우호 교류 협력을 체결한 것이 그 시초예요. 두 지방단체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각 지역에 상대 지역을 테마로 한 정원을 꾸미기로 한 거죠. 월화원은 그렇게 만들어졌습니다. 우호 교류 협력을 기념하는 곳이니 중국 광둥 스타일로 만들어진 정원인데요. 약 1,800평 규모로 조성되어 있답니다. 중국에서 온 노동자들이 광둥 지역의 전통 건축 양식으로 지은 곳이에요.
효원공원 월화원에는 광둥성의 대표적인 전통정원 '영남정원'과 닮은 모습이 많습니다. 흙을 쌓아 만든 가산(가짜 산), 인공 호수, 폭포, 배를 본떠 만들었다는 누각, 건물 창문으로 정원을 잘 감상할 수 있게 만든 모습 등이 그렇습니다. 벽면에 한시를 적어 넣었다는 것도 마찬가지에요. 참고로 광둥성 광저우에 있는 웨시우공원 내에는 우리나라의 소쇄원(전남 담양)에서 모티브를 가지고 온 '해동경기원'을 조성해 운영한다고 해요. 왜 하필 경기도가 아니라 전남 담양인지는 모르겠지만요.
저는 저녁 무렵에 효원공원을 찾는 걸 좋아합니다. 은은하고 조용한 분위기가 매력적이거든요. 늘 그러하듯이 공원 옆 도로에 있는 노상주차장에 주차 후 들어갔어요. 무려 무료 주차입니다. 그래서 빈자리를 찾기 힘들긴 한데, 잘 돌다 보면 꼭 한 자리씩은 있더라고요. 월화원은 효원공원의 북쪽 끝에 있으니 참고하세요.
입구부터 남다릅니다. 중국에 온 듯한 느낌이 들어요. 이 이국적인 풍경 덕분에 이곳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많다고는 하는데, 제가 가는 날은 언제나 평일이어서인지 조용하더라고요. 종종 영화나 드라마 촬영이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조명을 설치해두고 있어 야경도 즐길 수 있습니다. 이 날에도 월화원 경내를 거닐면서 해가 저물기만을 기다렸어요. 야경을 감상하러 온 게 주요 목적이었으니까요. 물웅덩이가 있어서 그런가 날벌레들이 기승을 부렸지만, 거슬리는 수준까지는 아니었어요.
규모는 크지 않습니다. 사진을 찍으면서도 돌아다닌다고 해도 약 30여 분이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는 규모예요. 이 정원만을 보기 위해서 다른 지역에서까지 찾아올 필요는 없습니다. 수원의 다른 여행지와 묶어서 둘러보면 모르겠지만요.
그래도 매력적입니다. 숲과 어우러지는 중국 전통 누각에서 한가로이 시간을 보낸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평안해지거든요. 담장 너머는 그리도 바빠 보이는데, 여기는 그저 고요할 뿐이에요. 혼자 신선 놀음을 하고 있는 느낌이죠.
해가 저문 뒤, 조명이 켜지면서는 색다른 느낌의 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합니다. 정말이지 중국 전통 정원의 야경 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에요. 지나치게 화려지는 않은, 은은하게 건물을 비추는 조명이 매력적입니다. 중국의 전통 음악까지 흐른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러진 않았다. 하늘이 완전히 어두워질 때까지, 저도 모르게 이곳에 앉아 한참 시간을 보냈습니다.
/ 효원공원 월화원 /
- 위치: 경기 수원시 팔달구 동수원로 397
- 주차: 효원로307번길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노상주차장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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