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귓속 볼륨은 항상 최대치였어요. 지하철이나 버스, 비행기에서도 엔진음을 비롯한 수많은 주변 소음 탓에 제가 듣고자 했던 것들을 편안하게 들을 수 없었거든요. 그게 당연한 줄 알았어요. 어차피 손톱보다도 작은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가 고막을 쳐대는 것뿐이니, 그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평소에 귀가 아파서 인이어 타입의 이어폰을 잘 사용하지 못하니, 주변 소음과 음악 소리가 뒤섞이는 건 불가피했던 겁니다.
WH-1000XM3은 작은 변화였어요. 그러나 삶의 질은 크게 달라졌죠. 주변 소음을 무시한 채로 저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업무를 볼 때나 영화・음악을 감상할 때도 오롯이 집중할 수 있게 되었어요. 스마트폰의 볼륨은 점점 낮아졌습니다. 90~100%에 육박하던 볼륨이 30% 이하로 내려갔습니다. 그 정도만으로도 충분했으니까요. 어차피 주변 소음은 노이즈캔슬링 기능으로 상쇄할 수 있었거든요. 아이유가 광고에서 말하는 것처럼, 청력 나이는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자, 이제 WH-1000XM3를 이야기해볼까요. 어떤 녀석이었는지부터, 어느 순간에 사용했을 때 좋았는지, 뭐 그런 것들을 차례로 나열할 겁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노이즈캔슬링에 관한 이야기도 해야겠죠.
# WH-1000XM3, 너의 정체는
WH-1000XM3는 소니에서 출시한 하이엔드급 무선 헤드셋입니다. 노이즈캔슬링 기능을 주력으로 내세운 제품으로, 우리의 러블리한 아이유가 이 시리즈의 광고 모델을 하고 있어 우리에게 더 친숙한 제품이기도 해요.
첫인상은 조금 놀라웠습니다. 헤드셋에 이런저런 기능을 때려 넣었다기에 무작정 무거울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가벼웠어요. 컬러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검은색을 사용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이 플래티넘 실버 모델을 실제로 살펴보면서 그 생각도 싹 사라졌어요. 물론, 지금은 좀 때가 타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있지만...
처음으로 착용했을 때, 귀에 딱 맞는 느낌이 정말 좋았습니다. 귀를 잘 덮어주면서도 안경을 쓰고 벗는 데 따르는 불편함도 없었어요. 오히려 안경을 잘 고정해주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요. 오랜 시간 사용해도 딱히 답답하지 않았습니다. 내 귀에 딱 맞는 헤드셋을 찾은 것처럼 말이에요.
# WH-1000XM3, 제값 하는 물건일까
소니 WH-1000XM3의 음질 평가는 하지 않을게요. 나 말고도 전문가들이 많으니까요. 대강 느낀 바에 의하면 저음이 둥둥 울리는 게 내 스타일이라는 것 정도. 그리고 제대로 몰입할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한 음질이라는 거. 무선과 유선의 음질 차이도 있다고 들었는데 사실 저는 그 차이를 느끼지 못하겠더라고요. 귀가 예민한 사람들이라면 그 차이를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헤드셋을 제어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합니다. <Sony Headphones Connect>라는 앱이에요. 이 앱을 통해 음향을 비롯해 다양한 설정을 할 수 있습니다. 이퀄라이저, 적응형 사운드 제어 설정, 환경에 따라 노이즈캔슬링 기능의 성능 조절, 사운드가 오는 방향을 설정하고, 특정 가상 환경에 있는 느낌을 줄 수 있게 만들어주는 기능도 있어요.
헤드셋의 양쪽 유닛에도 여러 기능을 제어할 수 있는 버튼이 있습니다. 왼쪽 이어패드 쪽에는 전원 버튼과 주변 소리 제어 기능 설정 버튼(이는 애플 시리, 구글 어시스턴트 등의 다른 버튼으로 변환할 수도 있습니다), 우측은 터치 센서가 내장되어 있어 제스처하는 방향에 따라 음악 볼륨을 조절하거나 다음 곡, 이전 곡으로 이동하는 등의 설정이 가능합니다. 이 터치 센서를 꽤 직관적으로 설계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어요.
WH-1000XM3를 스마트 기기에 연결할 때 걸리는 시간이 상당히 짧다는 점도 강점이었습니다. 전원을 켜면 거의 동시에 블루투스 연결이 되었다는 안내가 들려요. 다만, 이건 스마트 기기를 하나만 사용할 때의 이야기입니다. 아이폰, 아이패드 등 여러 스마트 기기를 번갈아 사용할 때는 옮겨타는 속도나 반응성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아마 애플 특유의 폐쇄성 탓일 수도 있겠네요. 제가 에어팟의 빠른 연결성에 익숙한 걸지도요.
레이턴시(지연율)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요즘 스마트폰이나 여러 무선 음향기기의 레이턴시가 많이 개선되었다고 하는데, WH-1000XM3를 사용하면서 거의 레이턴시를 느끼지 못했어요. 일반적인 게임이나 영상 플랫폼 앱은 이미 레이턴시를 줄이는 기술적인 장치를 해두고 있기도 하고, 속도도 상당히 빠릅니다. 아주 미세한 레이턴시마저 잡아내고 싶다면 제품에 있는 AUX 케이블을 활용해 유선으로도 헤드셋을 활용할 수 있기도 합니다. 제 경우에는 블루투스가 없는 데스크톱 PC를 사용할 때가 아니라면 딱히 사용할 일이 없었습니다.
# 노이즈캔슬링의 성능은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WH-1000XM3를 사용한 후로 집중력이 좋아졌어요. 제가 주변 소리에 민감한 편이라 의도하지 않은, 거슬리는 소리가 있으면 집중을 잘 하지 못하는 편인데요. 노이즈캔슬링 기능은 저를 만성 집중력 저하 상태에서 해방시켰습니다. 클래식 혹은 뉴에이지, 팝이나 재즈 등을 곁들여 기사를 쓰기 시작하면, 평소보다도 훨씬 빠른 속도로 마무리를 할 수 있었어요.
지하철 움직이는 소리나 자동차 엔진 소리, 랜덤하게 들려오는 주변 사람들의 소리는 정말 효과적으로 차단했습니다. 다만 고음 영역에서는 상대적으로 아쉬운 노이즈캔슬링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었던 것 같아요. 그 소리가 꾸준히 이어지면, 앞선 상황들과 마찬가지로 마찬가지로 잦아드는 게 느껴졌습니다.
놀라웠던 건 노이즈캔슬링을 제대로 구현해내기 위해, 주변 상황을 헤드셋이 분석하는 기능이 있다는 겁니다. 기압에 따라 미묘하게 노이즈캔슬링 기능에 차이가 생긴다는데, 이를 헤드셋이 파악해 환경에 맞게 설정값을 바꿔줍니다. 즉, 비행기를 타고 이동할 때도 최적의 노이즈캔슬링 기능을 누릴 수 있다는 뜻이죠. 개인의 얼굴 및 귀 모양, 헤어스타일에 맞게 노이즈캔슬링 기능을 지원하기 위해 개인 최적화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헤드셋을 사용하고 있는 사용자가 현재 뛰고 있는지, 걷고 있는지, 혹은 교통편을 타고 있는지도 실시간으로 분석합니다. 노이즈캔슬링 기능을 활용하기에 너무 위험한 상황이라면 자동으로 주변 소리를 들려주기도 해요. 물론, 수동으로 이 기능을 사용하려면 오른쪽 이어컵에 손바닥을 가져다 대기만 해도 됩니다(퀵 어텐션 기능).
# 결론
훌륭한 제품입니다. 단언컨대 무선 헤드셋 중에서 이보다 더 좋은 성능의 헤드셋이 있을까 싶을 정도였어요. 타사의 하이엔뜨 헤드셋과는 단지 취향 차이에서 갈릴 뿐이라고 여겨졌습니다.
제 가방 속 필수 아이템을 자리 잡은 WH-1000XM3. 이제 이 헤드셋이 없이는 밖에 나갈 수도 없게 되었네요. 날씨가 더워도 사용하는 날이 많았을 정도로 WH-1000XM3의 매력은 대단했거든요. 카페나 공공장소, 대중교통 등은 물론 집에서도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는 WH-1000XM3는 적어도 제게는 올해의 아이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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