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ler's LIFE/KOREA

포항 호미곶 일출, 호미반도둘레길 1코스 그리고 연오랑세오녀 설화 이야기

AlanKIM 2022. 4. 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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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곶에서 해돋이를 보았습니다. 오랜만이었어요. 굳이 동쪽 끝. 그것도 포항까지 와서 해돋이를 본 것은 순전히 그리웠기 때문입니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 수평선 너머로 떠오르는 태양. 새벽에만 느낄 수 있는, 유난히도 경쾌한 파도 소리. 그리고 그 사이를 누비는 갈매기들의 모습까지 그리웠어요. 

 


늦었지만 새해 소원을 빌었습니다. 뭐, 새해가 밝은 지도 몇 달이 지났지만 어때요. 내 마음이지. 해는 점점 떠오르더니 상생의 손 위에 올라섰습니다. 얼마나 보고 싶었고, 얼마나 그리웠던 순간인지 모르겠어요. 

 


호미곶의 해돋이를 감상한 뒤에 찾은 곳은 호미반도해안둘레길 1코스입니다. 몇 년 전, 호미반도의 해안을 따라 둘레길이 조성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제야 찾았어요. 시작점은 청림운동장. 해안을 따라 걷는 길이었습니다. 

 


호미반도둘레길 1코스의 초반 구간은 해병대의 순찰 구역이라고 해요. 일반적으로 개방하지 않는 곳이지만, 마을 주민과 걷기여행길을 위해 낮 시간대에만 개방하고 있습니다. 유난히도 고운 모래사장이 해안선을 따라 쭉 펼쳐진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모래사장 위에서 힘겹게 걷지 않아도 괜찮았어요. 바로 옆에 목조 데크를 설치해 두었거든요. 잔잔한 바람과 일정한 간격으로 들려오는 파도 소리에 몸을 맡긴 채 편안하게 걸을 수 있었습니다. 공기가 포근했습니다. 어느덧 머리 위까지 솟아오른 태양이 온화한 공기를 선물해 주는 것만 같았어요. 발걸음이 가벼워지는 순간이었습니다. 
  


호미반도둘레길 1코스는 6.1km 길이로 이어집니다. 단숨에 걷기에는 곳곳에 쉬어갈 만한 시설이 많았습니다. 이국적인 느낌으로 장식해 둔 테이블이 가장 눈에 띄었는데요. 이곳에 앉아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는 게 참 좋았습니다. 해송으로 감싼 산책로 너머로는 포항의 공업 지대가 보이기도 했어요. 나름대로 흥미로운 풍경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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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구해수욕장을 지나 작은 어촌에 들어섰습니다. 거대한 수산시장이 있는, 그러한 포구는 아니었어요. 오히려 좋았습니다. 바다의 호흡에 맞춰 이리저리 흔들리며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는 어선들, 그 사이를 내 집 드나들듯 누비는 길고양이들이 어촌의 일상을 오롯이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예쁜 풍경이었어요.

 


마을에는 연오랑세오녀 설화를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낸 벽화도 있었습니다. 영일만 일대에서 전해지는 전설입니다. 전설 이야기를 해볼까요. 때는 신라 제8대 아달라왕 시대. 이 근방에 연오와 세오라는 부부가 살았습니다. 어느 날, 연오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바위에 올라 해초를 따고 있었는데요. 갑자기 바위가 연오를 태우고 바다를 건너 일본으로 떠나고 말았습니다. 일본에서는 바위를 타고 온 연오를 신비롭게 여겨 왕으로 추대했죠. 

 


세오는 돌아오지 않는 남편 연오를 찾아 바닷가로 향했습니다. 여기저기 수소문을 한 세오는 바위 위에 놓인 연오의 신발을 발견했고, 그 바위에 오르게 되었는데요. 바위는 다시금 세오를 태우고 바다를 가로질렀습니다. 세오 또한 연오가 있는 일본에 도착했다고 해요. 세오는 왕비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문제가 생기고 말았습니다. 신라 땅에서 해와 달이 빛을 잃은 겁니다. 해를 관장하는 신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해와 달의 정기가 일본으로 건너갔기 때문에 이러한 변고가 생긴 것이옵니다.” 아달라왕은 일본으로 사신을 보내 연오와 세오를 찾았습니다. 

 


연오는 자신이 일본으로 오게 된 것이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세오가 짠 비단을 신라로 갖고 가서 제사를 지내면 해와 달을 되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연오는 사신에게 세오의 비단을 하사했습니다. 신라의 국왕은 연오의 말을 따라 제사를 지냈습니다. 그제야 해와 달이 다시 밝게 빛나기 시작했죠. 제사를 지낸 곳이 바로 해를 맞이하는 곳 ‘영일만’이었다고 해요. 영일만의 지명이 연오랑세오녀 설화와 연관이 있는 셈입니다. 

 


이 이야기는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1코스의 종점,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에서 자세히 확인해 볼 수 있었습니다. 한반도와 일본 사이의 오랜 관계를 살필 수 있는 자료를 소개하고 있기도 해요. 이곳에서 바라보는 영일만의 노을, 그리고 바다 쪽으로 떠오르는 달이 무척 아름다웠습니다. 연오랑세오녀 설화의 이야기가 떠오르는 순간이기도 했죠. 

 



# 호미반도둘레길 1코스 - 연오랑세오녀길
- 소요시간: 1시간 30분
- 거리: 6.1km
- 경로: 청림운동장~도구해수욕장~청룡회관~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
- 난도: 쉬움
- 화장실: 청림운동장, 도구해수욕장,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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