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양림동은 조용하지만, 독특한 매력을 한껏 품고 있는 마을이다. 양림동은 광주읍성이 있던 곳에서 가까이 위치한다. 오래전에는 광주의 중심지 중 하나였다는 뜻이다. 이게 왜 중요하냐고? 외국인 선교사들이 한반도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부터 양림동에 마을이 생겨났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그렇다. 읍성에서 가까웠던 지리적 특성 덕분에 조선의 전통과 서양의 신문물이 어우러지는 마을이었단다.
양림동을 제대로 둘러보기 위해서는 입구에 있는 양림마을이야기관부터 들러야 한다. 양림동의 역사와 마을 풍경, 마을의 기틀을 잡은 인물들의 일대기를 소개하는 곳이다. 양림마을이야기관에서는 마을 지도가 그려진 리플렛을 챙기자.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힌 양림동 골목을 둘러보기 위한 필수품이다. 스탬프투어도 가능하다고.
양림마을이야기관을 떠나 가장 먼저 가보아야 할 곳은 펭귄마을이다. 양림동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 여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양림동보다 펭귄마을의 인지도가 더 높을 테니까.
펭귄마을이 생겨난 유래가 흥미롭다. 오래전 마을에 있던 한 폐가에서 큰 불이 났다. 집은 전소했고, 그 자리에는 쓰레기가 쌓여갔단다. 이를 안타깝게 여겼던 주민들은 폐가를 청소하고, 마을을 정비했다.
한쪽에서는 텃밭도 가꾸었다. 규모는 작았지만, 마을 주민들이 나누기에는 충분했다. 텃밭에 이름을 붙이기도 했는데, 불의의 사고로 인해 한쪽 다리가 불편한 할아버지의 별명인 ‘펭귄’을 가지고 와 ‘펭귄텃밭’이라고 불렀다. 마을에 조금씩 변화가 찾아왔다. 골목 구석구석에 활기가 돌았다. 펭귄텃밭 이후 마을도 자연스럽게 펭귄마을로 불리기 시작했다.
폐품인지, 골동품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물건들이 사방에 쌓여 있다. 나름대로 규칙성이 있으니 쓰레기는 아니었다. 예술 작품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 문화예술의 고장, 광주의 중심지일 테니. 곳곳에 포토존도 있어 기념사진을 남기기에 좋다.
펭귄마을을 지나면 광주양림교회가 나타난다. 미국 선교사 유진 벨이 창립한 교회다. 광주양림교회에서 기틀을 잡은 기독교는 현재 세 개의 종파로 나뉘어 양림동 곳곳에서 예배, 선교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한국 교회사의 한 획을 차지하는 공간이라는 뜻이다. 오웬기념각도 함께 둘러보자.
언덕 위에 있는 우일선 선교사 사택은 양림동 최고의 핫플레이스다. 드라마나 영화에도 자주 등장했던 곳. 이 서양식 건축물은 1920년대 지어진 주택이다. 우일선 선교사은 미국에서 들어온 미국인이다. 미국 이름은 ‘윌슨’. 그의 사택은 광주에 현존하는 서양식 주택 건물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것이다. 고풍스러운 느낌과 세련된 느낌이 공존하는 것이 요즘 감성에 딱 맞다. 주변에 자라고 있는 호랑가시나무와 어우러지며 더욱더 특별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양림동의 자연환경을 그냥 지나치지는 말자. 외국인 선교사와 교육자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올 때 갖고 왔던 묘목이 숲을 이룬 모습이 장관이다.
우일선 선교사 사택 뒤로는 양림산이다. 선교사묘역 혹은 호남신학대학교를 지나 사직공원이 있는 방향으로 거닐어보자. 동쪽으로 무등산이 솟은 모습을 감상할 수도 있다. 사직공원 인근에 양림미술관과 유진벨선교사기념관이 있다. 양림동의 기독교 선교 역사를 알고 싶다면 함께 둘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펭귄마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양림동은 예술적으로도 그 가치가 높은 마을이다. 구석구석 크고 작은 미술관이 많다. 이강하미술관, 한희원미술관, 그리고 광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미디어아티스트 이이남 작가의 스튜디오가 이곳 양림동에 있다.
옛 유치원 건물을 리모델링해 여행자를 위한 라운지로 변신한 공간 ‘10년후 그라운드’도 있다. 레트로한 감성의 외관, 매력적인 커피를 즐길 수 있으며, 각종 기념품을 구매할 수도 있다. 종종 문화예술 교육 프로그램이 열리기도 한다니, 광주에 거주하고 있다면 꼭 한 번쯤은 방문해 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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