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 주한미국대사관 옆에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2012년에 문을 열었던 이곳은 우리나라의 현대사를 다루는, 최초의 국립 박물관이다. 이전까지는 조선왕조를 다루거나(국립고궁박물관), 근현대사를 다루거나(독립기념관, 서대문형무소역사관 등등), 그것도 아니면 한국사 전반을 다루는(국립중앙박물관) 박물관이 주를 이루고 있었는데,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을 통해 우리나라의 현대사를 제대로 살펴볼 수 있게 되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일제강점기를 시작으로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대한민국 역사를 심도 있게 다룬다. 몇몇 부분에서는 사람들의 시각 또는 해석의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지만, 그거야 현대사라는 특성이 지닌 한계라고 이해하기를 바란다.
입구에 들어서면 곧장 2층으로 오르게 된다. 전시의 시작은 조선이 자주적 근대 국가로 나아가려는 데서 시작한다. 개항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설명하며 자주적 근대 국가의 꿈이 좌절되었던 것을 담담하게 서술한다. 조선과 프랑스의 통상조약이었던 조불수호통상조약, 일본과의 첫 통상조약이었던 강화도조약(조일수호조규) 등이 이곳에 전시되어 있다.
다음으로는 조선이라는 국가에서 대한제국으로 넘어가는 과도기, 그 격변의 현장을 소개한다. 민족의 비극이었던 을사늑약, 그 이후에 벌어졌던 일제의 만행을 통해 한국인들을 어떤 식으로 정신 개조를 하려 했는지에 관한 흔적들도 살펴볼 수 있다. 담담하다는 듯이 이어지는 분위기가 이질적으로 느껴질 정도.
일제강점기의 역사를 보면서 나아가다 보면, 의자 하나를 만나게 된다. 아니, 유물이다. 황국신민화를 강제하기 위해 조선총독부가 한반도 곳곳에 세웠다는 비석인 ‘황국신민서사지주’다. 일부러 엉덩이로 깔아뭉개고 앉으라고 하는 듯한 의도가 엿보이는 배치다.
3.1운동을 시작으로 퍼졌던 독립운동에 관한 이야기도 자세하게 설명한다. 3.1독립선언서를 통해 당시 독립운동가들의 비장함을 엿볼 수 있다. 그들이 추구했던 자유와 평화, 독립, 공존, 평등은 지금도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기반이 되고 있으니, 그 위대함을 새삼 깨닫게 된다.
3.1운동은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큰 이슈였단다. 이와 관련한 자료들도 함께 전시되어 있다. 윤봉길 의사와 같이 우리가 잘 아는 독립운동가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까지 소개하는 공간도 만나볼 수 있다.
일제강점기 관련 전시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한국의 현대사, 광복 직후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소련군과 미군이 38선을 사이에 두고 한반도에 들어서는 순간이 그 시작이다. 광복 전부터 심화하고 있었던 이념 대립이 소련군과 미군에 의해 격하게 커지면서, 결국 별도의 정부가 수립되고 분단이 고착화되었던 것이 당시의 분위기.
미군의 보고서와 제주 4.3 관련 기록물들, 5.10 남한 총선거 투표함, 대한민국 임시 헌법 등등 전시되어 있는 유물 하나하나에 그때의 분위기가 오롯이 남아 있는 것을 확인해 볼 수 있다.
곧이어 등장하는 것은 6.25전쟁에 관한 이야기다. 사실 여기는 조금 빈약하니, 자세한 정보를 얻고 싶다면 전쟁기념관을 찾는 것이 더욱더 정확할 터. 전쟁의 원인과 발발 직전 상황을 자세히 기록하고 설명했다면 공부에 도움이 되었을텐데. 아쉬운 부분이다.
전시는 전쟁 직후로 이어진다. 피폐해진 한국을 위해 미국의 전폭적인 원조가 이루어졌음을 볼 수 있다. 생필품이나 식료품, 국민 교육을 위한 원조도 아낌없이 이루어졌던 시기다. 국토 전체가 완전히 망가졌음에도 빠르게 회복하고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러한 노력이 있었던 것이다.
일제강점기의 아픈 역사, 6.25전쟁의 참화를 겪은 뒤에는 한국인들의 노력이 하나씩 등장한다. 국내 기술로 만들어진 최초의 국산 군용기 ‘부활호’, 한국 최초의 자동차 ‘시발자동차’ 등등 한국 산업 발전의 초석이 된 제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진정한 민주주의를 이룩하기 위한 국민들의 염원도 기록과 유물로 남아 있다. 4.19혁명을 시작으로 독재 정권에 맞서 싸웠던 이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5.16 군사정변 이후 산업화에 집중했던 모습들, 이로 인해 제조업이 급성장하여 100억 달러 수출을 달성했던 기념비적 성과도 상세히 소개한다. 포항제철소 제1고로 건설 당시 정초연와에 새겼던 ‘혼’이라는 문자를 통해 우리나라가 어떤 절실함을 갖고 있었는지도 엿볼 수 있다.
청계천을 대변하는 밀집형 소규모 수공업장, 각 지역을 거점으로 현대화를 추구했던 새마을운동 등을 차례로 소개하기도 한다. 문화예술 사업의 발달도 다룬다. 레트로한 감성을 전시관 내에서 느껴보자.
굴곡진 현대사의 명암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공간도 있다. 유신, 긴급조치, 5.18광주민주화운동, 12.12군사반란, 6월 민주항쟁에 이르기까지의 현대사가 차례로 이어진다. 격동의 현장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사실적으로 묘사한 것이 인상적이다. 대통령 집무실처럼 꾸며 둔 포토존도 그냥 지나치지 말자.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1988 서울하계올림픽, 2002한일월드컵, 2018 평창동계올림픽, 세계 각지에서 봉사활동을 펼치는 코이카 등등 대한민국의 달라진 위상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모습을 보여주는 전시로 마무리된다.
격동의 역사, 그 자체였던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만나보고 싶다면, 낱낱이 살펴보고 싶다면 이곳을 방문해보자. 아이들과 함께라면 더할 나위 없는 역사 교육의 장이 될 것이다.
- 위치: 서울특별시 종로구 세종대로 198
- 관람요금: 무료
- 관람시간: 10:00 ~ 18:00 (폐관 1시간 전까지 입장 가능)
- 휴관일: 1월 1일, 설날 당일, 추석 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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