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는 시흥리에서 시작해 종달리에서 끝을 맺는다. 제주 사람들이 이 땅의 시작점을 시흥리로 보았고, 마지막을 종달리로 봤다는 데서 비롯했단다. 제주올레 21코스는 종달리에서 마침표를 찍는, 제주올레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코스다.
걷기에 앞서, 세화오일장이 열리는 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어떨까. 오일장이 열리면 좋고, 그렇지 않아도 소소하게 즐길 거리가 있다. 방파제 위를 거닐거나, 해변 모래사장에서 바다를 감상해도 좋다. 시장이 열리는 곳이니만큼, 주변에 오래된 식당도 꽤 있다.
제주올레 21코스의 시작점은 세화해변 근처에 있는 제주해녀박물관이다. 이곳부터 종달바당까지 약 11.3km 길이의 길을 걷게 된다. 낯물밭길, 별방진, 석다원, 토끼섬, 하도해변, 지미봉 등등 제주의 다채로운 매력을 한 번에 만나볼 수 있는 길이어서, 많은 인기를 끌고 있기도 하다.
제주해녀박물관 앞 공식안내소 쪽으로 제주올레 21코스 시작점 안내 표지가 있다. 제주올레 패스포트를 챙겼다면, 혹은 이곳에서 구매했다면 시작점 스탬프를 찍어보자. 그다음, 제주올레의 간세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걷기를 시작하면 된다.
제주해녀박물관을 떠나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곳은 낯물밭길의 밭담이다. 밭담은 제주의 전통 농업문화 중 하나로, 바람이 강한 제주도에서 농작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선조들의 지혜다. 현무암 돌을 쌓아 만든 밭담은 굽이굽이 이어지는 길을 만들고, 제주올레 21코스는 그 사이를 따라 이어진다. 밭담 너머로 펼쳐지는 제주 동부의 오름 군락, 한라산의 실루엣 등은 한 폭의 그림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길에 그늘이 많지 않다는 것이 제주올레 21코스의 단점이다. 그러나 바닷바람이 쉴 새 없이 불어오고, 청량한 공기가 감돌기도 해서 한여름만 아니라면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 고요한 길 위에서는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만이 들려올 뿐이다.
하도항에 있는 별방진은 조선 시대에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쌓았다는 성벽이다. 이곳에 오르면 하도항을 중심으로 목가적인 분위기의 제주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 잔잔한 바다와 푸른 하늘, 형형색색의 지붕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마을은 제주답다고 말할 수 있을 만한 풍경들이다.
별방진부터는 당분간 해안도로를 따라 길이 이어진다. 여름마다 토끼섬에는 문주란, 길가에는 수국이 피어나는 모습을 만나볼 수 있으니, 이를 기다렸다가 걸어보는 것도 괜찮겠다. 하도해변의 풍경 또한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도 아쉽다.
제주올레 21코스에 다양한 절경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지만,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는 것으로 손꼽히는 곳은 지미봉의 정상이다. 약 20분 정도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면 지미봉의 꼭대기에 다다른다.
제주도 동쪽 끝에 솟아난 이 오름은 동부 오름 군락과 한라산은 당연하고, 무한히 이어지는 제주 동부의 아름다운 절경과 우도, 성산일출봉 등으로 장식된 바다를 한껏 품어낸다. 제주올레에 오르막이 웬 말이냐 싶겠지만, 보상 없는 오르막은 없다는 제주올레의 모토 아닌 모토가 여실히 증명되는 순간이다.
제주올레 21코스의 종점은 종달바당이다. 종달해변 근처에서 표지를 찾아볼 수 있다. 해가 저물 무렵이라면 정말이지 멋진 종달리 앞바다의 풍경을 만나볼 수 있을 거다.
제주올레 21코스 곳곳에서는 독립서점들도 찾아볼 수 있다. '언제라도'는 제주의 옛 가옥을 고스란히 보존한 곳으로, 제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들의 독립출판물을 만나볼 수 있다. 제주를 애정하는 이들이 자신만의 색깔을 담아 만든 결과물이다.
'소심한책방'은 서점 주인의 큐레이션이 담긴 쪽지를 참고하며 책을 고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책을 구매한 뒤에는 제주올레 위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테이블이나 정자, 카페 등에서 읽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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