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는 낡은 장소도 새롭게 탄생합니다.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신선한 감각으로 재탄생한 서울의 명소를 만나보세요. 그 독특한 매력에 푹 빠져버릴지도 모릅니다.
# 경춘선숲길
7080세대라면 춘천 가는 기차에 관한 추억을 하나쯤 갖고 있을 겁니다. 청량리역을 출발해 춘천까지 덜컹거리면서, 천천히 나아갔던 그 기차에 관한 추억 말이죠. 2010년, 새로운 선로가 생겨나며 사라진 옛 경춘선은 이제 추억 속에서만 찾아볼 수 있게 되었는데요. 서울 공릉동에 그 추억을 되새길 만한 장소가 있습니다. 바로 경춘선숲길입니다.
경춘선숲길은 기존 경춘선을 복선전철화하면서 버려진 옛 선로 부지를 공원으로 꾸민 공간입니다. 태릉골프장 주변부터 '춘천 가는 기차'의 추억이 깃들어 있는 옛 화랑대역을 거쳐, 경춘철교까지 약 6km 구간에 조성된 선형 공원이에요. 기차가 달리던 선로가 그대로 남아 있으며, 화랑대역은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화랑대역사전시관이라는 이름으로 관람객을 맞이합니다.
곳곳에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가득합니다. 화랑대역 인근은 노원불빛정원이라는 이름으로 꾸며져 있어요. 밤마다 화려한 조명이 화랑대역을 감싸는 모습이 낭만적입니다. 옛 화랑대역은 유명한 핫플레이스이기도 한 덕분에 기념사진을 남길 수 있는 포토존도 여기저기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체코, 일본 등지에서 들여온 해당 국가의 열차는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합니다.
폐선로가 공릉동도깨비시장과 만나게 되는 지점 주변으로는 신선한 감각을 자랑하는 식당과 카페, 베이커리, 펍 등이 모여 있기도 합니다. 이른바 '공리단길'이라고 불리는 곳이에요.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출연했던 여러 식당을 돌아다니며 도장깨기를 해도 좋고, 마음에 드는 곳에서 맛있는 브런치를 즐겨도 좋습니다.
- 위치: 서울 노원구 공릉동 29-51 (화랑대철도공원, 노원불빛정원)
# 세운상가
종로3가, 청계천을 끼고 자리한 세운상가는 국내 최초의 주상복합아파트입니다. 1960년대에 생겨난 이곳은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건물의 상징처럼 여겨졌을 정도로 엄청난 규모의 건물입니다. 상층부에 있던 주거단지에는 당시 내로라하는 유명 인사들이 살았다고 하니, 어느 수준이었을지 짐작이 가시나요? 상가층은 가전을 비롯한 여러 전자제품을 주로 취급하는 곳이었다고 해요. 미군에서 나온 가전을 수리해 되파는 중고상들도, 작은 부품을 만들어 여기저기 공급하는 소규모 공장들도 있었답니다.
시간이 흘렀고, 세운상가는 옛 명성을 뒤로한 채 낡아가고 있었습니다. 종종 낡은 세운상가를 철거하고 새로운 건물을 지어야 한다는 주장이 터져 나왔죠. 공원을 만들자는 주장도 꽤 많은 사람의 호응을 받았어요. 그러나 그들만큼 옛 모습을 보존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자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에 의해 세운상가는 다시 태어나게 됩니다. '다시세운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말입니다.
도심 속 낡은 공간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세운상가는 깔끔한 이미지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공구상가만 가득했던 곳에 힙한 분위기의 식당과 카페, 독립서점 등이 들어서기 시작했어요. 버려져 있었던 옥상은 전망대로 부활했습니다. 도심 속 제조업 단지라는 특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도 합니다. 젊은 감각의 창작자들이 모여 실험적인 공간을 만들고 있습니다. 현재 코로나19의 여파로 많은 면에서 축소 운영하고 있지만, 공연 등 다양한 행사가 자주 열리기도 합니다.
세운상가 2층 외곽으로 이어지는 복도를 따라 쭉 거닐어보세요. 종묘, 청계천 등 도심 속 풍경을 감상하거나, 힙한 식당과 카페에 들러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습니다. 서울시청부터 동대문까지 이어지는 을지로 골목 구석구석에서 더욱더 다양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을지유람'을 떠나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겁니다.
- 위치: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159
# 서울로 7107
경인선이 설립되고, 경성역이 생겨나며 이 일대의 동쪽과 서쪽은 오랫동안 단절된 상태에 있었습니다. 1970년대 산업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며 이를 연결할 도로의 필요성이 생겨났고, 서울역 위에 고가도로를 건설함으로써 이를 해결하고자 했죠. 그렇게 건설된 서울역 고가도로는 오랫동안 퇴계로와 만리재를 연결해 회현동과 중림동, 청파동을 하나로 묶는 역할을 도맡아 왔습니다.
2000년대에 이르러 서울역 고가도로의 안전 문제가 대두되었습니다. 2006년 진행된 정밀안전진단 안전성평가에서 D 판정을 받으며 철거 결정이 내려진 것이 그 시작이었어요. 이후, 도시 재생 사업의 하나로 서울역 고가도로의 공원화가 결정됩니다. '서울로 7017'의 시작이었습니다.
서울로 7017은 공원이자, 공중정원이자, 보행육교이기도 합니다. 이름에는 1970년에 개통했던 서울역 고가도로가 2017년에 공원이 되어 시민과 관광객에게 다가간다는 의미가 있다고 해요. 17개의 보행로와 연결된다는 점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서울역 주변 어디에서든지 접근하기 쉽다는 점이 매력입니다.
서울로 7017은 1km 남짓 되는 길이로 서울역의 동쪽과 서쪽을 연결합니다. 길 위에는 다양한 식물이 양쪽으로 도열하고 있으며, 곳곳에 앉아서 휴식할 수 있을 만한 공간도 마련되어 있어요. 공연, 체험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어 다양한 문화를 즐기기에도 좋습니다. 문화역서울 284와도 가까워서 함께 둘러볼 수도 있죠. 서울로7017과 이어지는 길목마다 식당, 카페, 펍이 줄 지어 있기도 해요. 서울로7017의 개통과 함께 생겨난 이곳들은 꽤 힙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답니다.
주변 풍경도 꽤 훌륭합니다. 서울역을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으며, 식물이 있는 가로공원을 지향한 덕분에 숲속 길을 거닐고 있는 듯한 착각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서울로7017의 백미는 바로 야경이에요. 서울역과 그 주변, 숭례문으로 이어지는 길, 그리고 서울로7017 자체적으로도 화려한 야경을 자랑합니다. 낭만적인 풍경을 감상하며 서울로7017을 산책해보세요.
- 위치: 서울 중구 청파로 432
# 선유도공원
한강 유역에는 서울의 곳곳으로 깨끗한 물을 공급하기 위한 정수장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하나는 뚝섬에 있는 뚝도정수장, 그리고 또 하나는 선유도에 있는 한강정수장이었죠. 서울의 오랜 역사를 오롯이 간직한 이 시설 또한 시간이 흐르며 필연적으로 낡아갔습니다. 이를 대체할 정수장이 새롭게 생겨나게 되었고, 기존 시설은 낡은 채로 방치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이들 시설도 새롭게 단장해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뚝섬에 있는 수도박물관, 그리고 선유도공원입니다.
선유도공원은 정수시설의 흔적을 그대로 남겨둔 채, 친환경적인 공원으로 만들어 낸 사례입니다. 흉물스럽게 방치된 공간이 아름답게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제시한 공간이에요. 한때 정수장이었다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도심 속 독특한 분위기의 공원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습니다.
양화 한강공원에서 무지개다리를 건너 선유도로 들어서면, 공원의 독특한 매력에 빠지기 시작할 겁니다. 정수시설은 노천극장으로, 수생 식물을 위한 공간으로, 생태 학습의 장으로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구석구석 미로처럼 이어지는 공간은 그저 둘러보기만 해도 흥미롭습니다. 거대한 파이프를 미끄럼틀로 재활용하는 등 시설의 남겨진 부분을 활용해 마치 예술작품처럼 표현한 부분도 꽤 멋스럽게 느껴집니다. 온실에서는 수생 식물이 어떻게 물을 정화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고, 이야기관에서는 선유도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습니다.
선유도공원은 휴식을 취하기에 좋은 장소입니다. 사방으로 한강의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고, 메타세쿼이아가 만들어 낸 숲길이 아름답게 이어지거든요. 선유정에 앉아 유유자적 한강의 바람을 느껴보는 것도 좋아요. 정수시설 사이로 난 길은 대나무 숲으로, 한적한 산책로로, 탁 트인 전망 데크로 이어집니다. 한쪽에 마련된 카페 '마루'에서는 간단한 식음료를 즐길 수 있기도 해요. 날씨가 풀린다면 한강의 야경을 감상하기에도 멋진 장소가 될 겁니다.
- 위치: 서울 영등포구 선유로 343
- 운영시간: 06:00~24:00
* 코로나19로 인해 정상 운영하지 않는 시설이 많다는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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