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었다. 7번 국도는. 처음 차를 샀을 때부터, 아니 그 전부터도 가장 달리고 싶었던 길. 실제로도 단숨에 내달렸던 길. 그 뒤로도 몇 번이나 출장 중에 이 도로를 지났지만, 여전히 설렜던 길. 그 길을 지나고 있었다. 속도는 느렸다. 멋진 풍경이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마침 여유도 있었으니, 그냥 지나치기에는 아쉬웠다. 강원도 양양의 하조대와 휴휴암은 둘 다 비슷하게 동해를 품고 있으면서도, 사뭇 다른 분위기를 자랑하는 곳이다. 어찌 둘 중 하나를 빼고 지날 수 있을까. 두 곳을 차례대로 둘러봤다.
하조대
하조대는 조선의 기틀을 잡았던 두 인물, 하륜과 조준이 즐겨 찾았던 곳이다. 하조대라는 이름도 그 둘의 이름을 섞어서 만든 것. 그들은 특히 말년에 양양으로 휴가를 오곤 했다는데, 이곳에서 풍류를 즐겼다고 전해진다. 옛 애국가 영상에서 이곳의 풍경이 등장하며 명성을 얻었다. 바닷가에 솟은 바위만으로도 독특한데 그 위에 소나무 한 그루가 자리하고 있으니까.
하조대는 지금도 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 동해의 여러 전망대 중 하나다. 팔각정 그늘에 앉아 호탕한 파도 소리를 듣기에도, 선선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신선놀음을 즐기기에도 좋다. 하륜과 조준이 그랬던 것처럼. 애국가에 등장했던 소나무도 여전한 모습이다.
주차장 건너로도 산책로가 있으니 놓치지 말 것. 난간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쉽게 지나칠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하얀 등대, 그리고 이곳에서도 탁 트인 바다를 만날 수 있다. 기념사진을 찍으려면 하조대 팔각정 쪽보다는 이쪽이 더 낫다. 하조대 주변으로 펼쳐진 기암절벽의 멋진 모습도 이곳에서 감상할 수 있다.
/ 양양 하조대 /
- 위치: 강원도 양양군 현북면 하광정리 산2-2 (관광안내소)
- 운영시간: 일출 ~ 일몰
# 휴휴암
휴휴암은 창건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찰이다. 그런데도 양양의 대표 명소가 된 건 순전히 풍경 덕분이다.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는 경치, 바다로 뻗어 나간 바위 끄트머리에서 마주하는 모습이 전부 절경이다. 마다 위에 둥둥 떠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사찰 규모는 아담하다. 본당 하나와 해수관음상, 그리고 사찰 경내에 있는 게 맞나 싶은 기념품점과 카페 등도 자리한다. 어디에서나 휴휴암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풍경 맛집이다. 해안으로 내려가는 것도 가능하다. 아담한 모래사장이 한쪽에 자리하고 있는데, 바위들이 파도를 막아주고 있어서인지 수영을 즐길 수도 있을 것 같았다(실제로 수영을 즐기는 사람은 없다). 맑은 물을 바라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스노클링 욕심이 생기기도 한다.
휴휴암을 찾는다면 꼭 바위 쪽으로 걸어 들어가 볼 것. 소원을 빌면 들어준다는 이야기가 있다. 무슨 일인지 사방에 황어가 가득하기도 한데, 사찰 승려들이나 신도들이 황어 떼에게 먹이를 주는 듯했다. 스님이 목탁을 두드리기만 해도 황어 떼들이 모여든다니, 파블로프가 따로 없다.
/ 양양 휴휴암 /
- 위치: 강원 양양군 현남면 광진2길 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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