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ler's LIFE/KOREA

전라남도 순천 여행, 이른 아침 송광사 산책

AlanKIM 2020. 8. 3.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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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암호의 안개가 가득했던 어느 새벽, 송광사에 도착했다. 이른 아침이어서일까. 천년고찰 앞은 한산했다. 오롯이 숲을 혼자서 즐길 있다는 뜻이었다. 다행이었다. 주차장 끄트머리에 차를 두고, 경내로 들어섰다. 조금이라도 걷고 싶어서였나. 이유는 기억 나지 않는다. 

 

 

흙덩이가 발밑에서 바스러지며 소리를 내고 있었다. 자박, 자박. 소리가 경쾌했다. 새들의 지저귐은 고풍스러운 클래식 음악과도 같았다. 적당히 습기를 머금은 공기는 왠지 모르게 깨끗하게 느껴졌다. 숲의 사이로 햇볕이 스며들었다. 오솔길 옆으로 흐르는 물줄기는 여느 때보다도 신난 듯한 모습이었다. 도시 생활자의 무뎌진 오감을, 자연은 그렇게 섬세하게 자극했다.

 

 

편백 숲이 있었다. 그사이에 놓인 의자가 보여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숲은 아무런 말도 건네지 않았다. 그저 다독여주기만 . 울컥했다. 뭐가 그렇게 힘들었기에, 눈물까지 흐르는 걸까. 스스로 질책했다. 볼을 타고 흐르는 서너 방울의 눈물을 훔쳐냈다. 아마도 나는 이유를 알고 있겠지.

 

 

초록빛 잎사귀가 바람에 하늘거렸고, 연못은 반짝였다. 안개가 옅어지고 있었다. 부서지듯 퍼진 빛이 조계산의 능선을 타고 넘는가 싶더니 송광사에 스며들었다. 그제야 눈치를 챘다. 조계산이 송광사를 조심스럽게 끌어안은 듯한 형상임을 말이다. 날카로운 바람이나 거센 빗줄기도 이곳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마음이 금세 잔잔했던 것도, 조계산이 품어주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사각, 사각. 일정한 간격으로 소리가 들려왔고, 나는 거의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스님 분이 나뭇가지를 엮어 만든 빗자루로 마당을 쓸고 계셨다. 인사를 건넸다. 미소를 띠며 화답해주신 스님은, 날씨가 좋으니 천천히 둘러보고 가라는 말도 덧붙이셨다.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일주문, 그리고 천왕문을 차례로 넘었다. 년을 훌쩍 넘은 역사가 무색하게도, 경내는 그저 소소했다. 자연과 어우러지는 사찰의 풍경은 네모반듯한 고층빌딩보다도 우아했고, 아름다웠다. 오래된 명화를 감상하는 느낌으로, 송광사의 곳곳을 천천히 살피기 시작했다.

 

 

경내를 바퀴 돌았던 것은 순전히 송광사를 떠나기 아쉽기 때문이었을 . 사찰 뒤로 이어진 무소유길도 조금 거닐어보기로 했다. 법정 스님이 좋아했던, 선암사로 이어지는 길이다. 대나무가 감싸고, 소나무와 편백이 지그시 내려다보는 길이었다. 그렇게 시간이나 흘렀을까. 나는 무언가를 조금이라도 덜어낼 있었던 걸까. 길을 나서는 발걸음이 아주 조금은 가벼워졌다.

 

 


 

 

송광사는 조계종의 본산이다. 그렇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불교 계파다. 신라 창건에 번의 부침이 있었지만, 고요한 조계산 자락에서 여전히 역사를 잇고 있다. 16인의 국사를 배출, '승보사찰'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으며, 보조국사 지눌과 진각국사 혜심이 대표 인물이다.

 

 

사찰 경내에 있는 성보박물관에서 진면목을 살펴볼 있다. 보물급은 물론, 국보급 문화재 여러 점을 박물관에서 만나볼 있다. 부처의 인자한 표정이 담긴 그림과 조각, 국사들의 유품을 소개한다.

 

 

/ 송광사 /

- 위치: 전라남도 순천시 송광면 송광사안길 100

- 전화번호: 061-755-0107

- 운영시간: 06:00~19:00 (동계 07:00~18:00)

- 관람요금: 성인 3,000 / 학생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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