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ler's LIFE/KOREA

합천 해인사 가는 길, 가야산 소리길 트레킹

AlanKIM 2020. 8. 3.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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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류동계곡이 우렁차다. 며칠 쏟아졌던 때문일 거다. 차가운 아침 공기가 볼을 스치운 것도 때문일 터였다. 새들의 노랫소리만이 마음을 토닥여줄 . 왠지 모르게 속이 시끄러운 날이다. 나뭇가지에 내려앉는 듯했던 햇살이 사방으로 부서지더니, 기어코 발등 위를 뒤덮었다. 신발 끈을 조였다. 

 

 

트레킹은 대장경테마파크라는 곳에서 시작했다. 문을 열지 않는 날이어서 그런 건지, 고요했다. 이곳에서 커피를 파는 푸드트럭도 잠잠했다. 건너로 어렴풋이 보이는 흙길로 향했다. 폭신하게 깔린 흙이 마음에 들었다. 해인사로 향하는 가야산 소리길은 여기부터 홍류동계곡을 따라 거슬러 올라간다. 

 

 

숲은 짙녹빛으로 가득했다. 여름이구나. 마음이 편안해지고,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그저 자연의 결을 따라 걷는 , 그뿐이었다. 위에 올라설 때부터 그거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주말을 피해 오기를 잘한 듯했다. 길은 한적했다. 마을로 들어서는 길목에서도, 마을 길을 따라 걷는 순간에도 공기는 여전히 고요했다. 지난 주말에 많은 등산객을 상대했을 상점들은 전부 문을 닫아두고 있었다. 괜찮았다. 생수도 챙겼고, 약간의 간식도 있었다. 그래도 뭔가 부족한 느껴졌다. 마을 끄트머리에서 무인 카페를 만날 때까지는. 카페인이었다.

 

 

가야산 소리길은 계곡을 번이나 가로지른다. 계곡을 오른쪽에 채로 걷다가, 어느새 왼쪽에서 물소리가 들려오는 식이다. 흔들 다리가 곳곳에 놓여 있어, 홍류동계곡의 비경을 자세히 살펴볼 있었다. 그러다 등장하는 쉼터는 정말이지 시의적절하기 그지없다. 쉼터의 유혹을 이겨내야 이유는 딱히 없었다. 깨끗한 공간을 찾아 잠시 쉬어본다. 눈을 감고, 숨을 들이마시기도, 가슴을 펴보기도 했다. 서두를 필요는 없잖아.

 

 

홍류동계곡. 가을에 붉게 물드는 단풍이 계곡물까지도 물들이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란다. 단풍 빛깔이 얼마나 진하기에, 이런 표현까지 써가며 이름을 붙였을까. 그러고 보니, 얼마 찾았던 삼척의 덕풍계곡도 상류에 쌓인 낙엽에서 색소가 빠져 물에 녹아들어 노란빛이 감돈다고 하던데, 그거와 비슷한 이유라고 생각하니 그리 이상할 것도 없었다.

 

 

홍류동계곡은 초록빛의 물이 흐르고 있었다. 가을이 아니어서 그런 듯했다. 연한 초록빛이 감도는 물줄기가 가야산 깊숙한 곳에서 흐르기 시작해 여기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계절마다 다른 색으로 흐르는 계곡인 걸까. 조금 있으면 가야산은 지금의 초록색 옷을 벗고, 붉은색으로 물들 . 그럼 홍류동계곡의 빛깔도 바뀌어 가겠지.

 

 

해인사까지 가는 길은 내내 홍류동계곡과 함께다. 유려한 굴곡만을 보여줄 듯이 부드러웠던 홍류동계곡은 점점 거칠어졌다. 둥글게 깎여 있는 줄로만 알았던 바위들은 이내 각진 모습으로, 거친 계곡물을 받아내고 있었다. 홍류동계곡으로 합류하는 작은 물길들 역시 작은 폭포를 만들며 폭의 동양화를 그려내고 있는 듯했다. 

 

 

신라의 학자이자 정치가였던 최치원의 이야기가 담긴 누각이 등장했다. 농산정이다. 홍류동계곡의 절경에 반해 번이고 이곳을 찾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누각이 있는 자리에 독서당을 짓고 여생을 보냈단다. 최치원이 언제 세상을 등졌는지 아는 사람은 없다. 단지 언제쯤일 거라고 추측할 . 농산정에 기거하며 속세와 단절해버렸던 탓이다. 혹자는 최치원이 가야산의 신선이 되었을 것이라고도 했다. 홍류동계곡을 사랑했던 당신이라면 것도 없었다. 정말 그랬을까. 반가운 마음으로 당신이 품은 숲을 거닐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잇따라 등장하는 전망대와 쉼터 때문인지, 두어 시간을 예상해 걷기 시작한 길이 시간을 훌쩍 넘어 끝을 맺었다. 최치원이 홍류동계곡을 바라보았을 느꼈던 심정이, 지금 심정과 비슷한 아니었을까. 그런 이상한 생각도 떠올랐다.

 

  

드디어 해인사다. 양옆으로 늘어선 나무들은 여전했다. 일주문과 봉화문을 지났다. 해탈문을 건너, 불계로 들어서는 문을 하나씩 차례로 통과했다. 해인도를 따라 번은 걸었고, 한쪽 구석에 서서 넓게 감상하기도 했다. 크게 바퀴를 거닐었다. 대적광전과 장경판전을 둘러보려고 했던 아니었지만, 어쨌든 걷다 보니 하나씩 자세히 살피게 되는 어쩔 없었다. 

 

 

해인사의 여운은 길었다. 괜히 가야산 소리길을 걷고 싶어졌거든. 왔던 길을 되짚어 돌아가기로 했다. 이번에는 천천히, 여운을 느껴보기로 했다.

 

 

# 가야산 소리길

- 출발: 경남 합천군 가야면 야천리 911-4 (대장경기록문화테마파크 입구, 주차장 있음)

- 도착: 경남 합천군 가야면 해인사길 122 (해인사)

- 길이: 6.1km (야트막한 오르막이 이어지는 )

- 해인사 입장료: 성인 3,000 / 청소년 1,500 / 어린이 700 (현금 카드 결제 가능)

- 팔만대장경 관람 시간: 하절기 08:30~18:00 / 동절기 08:30~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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