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ler's LIFE/KOREA

강원도 화천, 비수구미 생태길에서 숨겨져 온 풍경을 찾아내다

AlanKIM 2020. 7. 23.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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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나날이 이어졌다. 하루도 없었다. 이번 일만 끝나면 며칠 사라져야겠다는 생각이 정도였다. 일을 마무리할 즈음, 겨우 시간이 났다. 오랫동안 마음에 담아두었던 그곳, 비수구미로 떠나기로 마음을 먹었다. 다행히 날이 좋았다. 

 

 

해산령휴게소에 차를 세웠다. 여기부터 비수구미 마을까지 6km 남짓의 트레킹 코스가 있기 때문. 트레킹 코스라고 해봐야 동네 주민들이 오가는 비포장도로일 뿐이지만, 계곡이 내내 함께 있는다니 설렐 수밖에. 비구름은 없었다. 화창한 날씨였다. 되려 비가 오거나, 안개가 낀다면 더욱더 운치가 있을 같았지만, 이런 하늘도 여전히 아름다웠다. 

 

 

해산령휴게소는 비수구미생태길의 시작이다. 이곳부터 비수구미 마을까지는 내리막길. 마을에서 다시 해산령휴게소로 돌아오는 방법은 거의 전무하다시피 해서, 결국은 왕복으로 비수구미생태길을 걸어야 했다. 그래도 비수구미마을까지는 내리막길이니 거기까지만이라도 충분히 즐겨야겠다고 생각했다.

 

 

비수구미 계곡은 화천에 숨겨진, 청정 계곡이다. 맑은 물이 생태길 옆으로 없이 흐른다. 계곡이 흐르는 소리가 귓가를 간질인다. 경쾌하게 터져 나오는 소리가 내내 함께라는 거다. 곳곳에서 노래를 부르는 새들이나, 매미들의 울음소리도 마음을 한껏 평온하게 한다. 인간이 내는 소음 따위는 없었다. 달콤한 공기가 온몸을 감싸고 도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비경은 오묘했다. 화전민들은 어떻게 이곳까지 왔던 걸까. 궁금해졌다. 깊은 숲이 비수구미 생태길을 감싸고 돌았다. 진한 냄새가 온몸에 스며들었다. 정말이지 오랜만에 즐기는 여유다. 때때로 나타나는 그늘이 좋았고, 이름 모를 야생화의 등장이 좋았다.

 

 

계곡 쪽으로 다가가 바위 위에 걸터 앉았다. 신발과 양말을 벗었다. 그리고는 다리를 계곡 속으로 입수. 차가운 물이 발가락 사이를 파고드는가 싶더니, 발바닥과 발목까지도 감쌌다. 계곡물의 차가운 촉감이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 시원했다. 몸에 쌓였던 피로마저도 씻겨 나가는 듯했다.

 

 

다시 트레킹. 해가 지기 전에 왕복을 해야 했기에 마냥 놀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이럴 거면 비수구미 마을에서 하룻밤 머물러도 좋았을 건데. 미리 생각하지 못한 아쉬웠다. 마을과 가까워지고 있었다. 화전민의 후예들은 이곳에서 여전히 살아가고 있었다. 예전처럼 화전을 일구고 있는 아니었다. 파로호가 생겨나며 그마저 있던 논밭도 많이 잃었을 테니까. 대신 관광객을 상대하고 있었다.

 

 

마을을 그대로 통과했다. 마을 어귀에 있는 구름다리가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이게 사람들을 속세와 이어주는 듯했다. 한때는 배로만 오갈 있었다는 비수구미에, 이런 다리가 있을 줄이야. 여전히 차량이 오갈 수는 없지만, 정도만으로도 그저 신문물이라고 있을 터였다. 다리 너머로는 산책로였고, 길은 파로호와 이어졌다.

 

 

 

파로호는 잔잔했다. 마을 주민들의 것으로 보이는 보트가 정박되어 있었는데, 사용하는 사람은 많아 보이지 않았다. 파로호 주변을 감싼 산세가 왠지 모르게 이국적으로 느껴졌다. 유난히 푸른 하늘, 새하얀 구름이 주변 풍경과 어우러졌다. 현실과는 거리가 , 그렇다고 믿게 되는 풍경이었다. 

 

 

- 비수구미 생태길은 비순환형 트레킹 코스다. 해산령휴게소에서 시작해 비수구미 마을로 향한다. 되돌아오는 방법은 길을 걸어 올라오는 것뿐. 화천 시내에서 해산령휴게소 또는 비수구미 마을까지 가는 교통편도, 해산령휴게소와 비수구미 마을을 잇는 교통편도 전무하다. 단체관광객의 경우에는 편도로 비수구미 생태길을 걷고, 버스만 종점 인근에서 대기할 있다. 대형 버스는 내부로 진입이 어려울 있으니 고려할 .

 

- 식수, 모자, 운동화, 선크림, 벌레퇴치제 등은 필수다. 중간에 화장실이 없으니 해산령휴게소나 비수구미 마을을 이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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