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이었다. 중간고사 준비가 한창이었는데 공부가 너무 하기 싫은 거다. 집중도 잘 안 되는데 마침 바깥엔 벚꽃이 만발이었다. 하필 캠퍼스에도 벚꽃이 수두룩했다. 벚꽃과 중간고사 직전 특유의 묘한 우울감으로 뒤섞인 학교에서는 도저히 공부를 할 수 없다는 판단에 이르렀다. 대여섯 시간 정도 공부할 자료를 가방에 욱여넣고는 길을 나섰다. 목적지는 안양천. 의외로 공부가 잘 되었던 기억이 있다. 그 과목에서 무슨 점수를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벚꽃이 가득한 안양천을 즐겨보자. 1호선 구일역에 내리면 곧장 안양천으로 갈 수 있다. 안양천 정비사업 이후 상당히 깔끔해진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요즘에는 공터에 꽃을 심어서 더욱더 예쁜 봄날을 만나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양쪽 둑방길 위로 왕벚나무를 가로수처럼 심어 두었고, 그 아래에는 개나리를 곁들였다.
길이가 상당히 길다. 안양천 전체 구간을 벚꽃으로 꾸며 놓았다고 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규모다. 근처의 여의도 윤중로를 비롯해 서울 주요 벚꽃 명소들보다도 이곳이 훨씬 보기 좋다. 이만큼 저평가된 벚꽃 명소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다.
안양천까지 접근하는 루트 또한 다양하다. 9호선 신목동역이나 선유도역, 5호서 양평역 또는 오목교역, 2호선 도림천역, 1호선 구일역, 그리고 천안행 1호선 지선의 역들이 안양천 주변을 지나고 있다. 접근 루트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방문 인구가 분산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른 벚꽃 명소들에 비해 한층 더 여유롭게 봄나들이를 즐길 수 있다는 뜻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길은 구일역부터 도림천까지 이어지는 구간이다. 동쪽 둑방길이 벚꽃을 감상하기에 좋다. 오후에 햇볕이 잘 들어오는 곳도 이쪽이고 말이다. 곳곳에 벤치도, 화장실도 많아서 적당히 쉬어가기에도 좋다. 금천구청역 인근도 괜찮다. 역에서 바로 안양천에 진입할 수 있다. 가산디지털단지역과 오목교역 주변에는 식당과 카페도 많아서, 연계해서 하루 데이트하기에도 훌륭한 선택지다.
둑방길 아래로는 자전거길이 이어진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기에도 좋다는 뜻이다. 한강 주변에는 따릉이가 잘 없는데, 안양천 주변에는 조금만 찾아보면 많이 나온다. 따릉이를 타고 안양천을 달리는 것도 꽤 재미있다. 한강과는 다르게 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많지 않고, 인도와 자전거도로가 확실하게 구분되어 있는 편이기도 하다. 여차하면 시 경계를 넘어가는 ‘모험’도 감행해 볼 수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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