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일이 없다면, 경주 양남주상절리에 자주 찾아가는 편이다. 걷는 걸 좋아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풍경이 매력적이라는 게 더 큰 이유다. 경주가 신라의 수도로만 알려진 탓에, 이런 풍경이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게 아쉬울 정도다. 왕복 3km 남짓의 산책로를 따라 탁 트인 바다가, 멋진 풍경이 펼쳐진다. 이 모든 걸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카페도, 전망대도 있다.
양남주상절리를 찾았다. 또 찾은 거다. 강원도부터 울산까지 동해안을 따라 이동하는 도중, 시간이 남아 방문하기로 한 것. 콧바람을 쐬기에 이보다 더 좋은 핑계는 없었다.
주상절리. 그렇다. 주상절리는 제주도 여행에서나 들을 수 있는 단어가 아닌가. 기둥 모양으로 솟은 검은 바위들, 그 모습이 꽤 이색적이어서 많은 여행자가 흥미롭게 살펴보는 제주의 유명 관광지 풍경이 이곳 경주 앞바다에 펼쳐져 있다. 사실 주상절리가 제주와 경주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 경기 포천과 광주 무등산에서도 볼 수 있다. 즉, 화산 지대라면 어디든 이런 절경을 숨기고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경주 양남주상절리는 읍천항부터 하서항까지 약 1.5km 구간을 따라 이어진다. 주상절리가 보인다는 건, 동해안에서 화산 활동이 이루어지던 시기가 있었다는 뜻. 신생대 시기다. 제주 서귀포 일대에서 만나볼 수 있는 주상절리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곳에서는 옆으로 누워 있는 형태의 바위를 더 많이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형태의 주상절리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부채꼴 형태로 퍼져나간 형태의 주상절리다. 다른 곳에서는 쉽게 볼 수 없어, 양남주상절리의 트레이드마크처럼 자리를 잡고 있다. 이 독특한 모양새 덕분에 양남주상절리가 천연기념물로도 지정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양남주상절리 해안로를 따라 탐방로가 만들어져 있다. 계단도, 경사로도 많지 않아서 누구나 쉽게 거닐어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이번에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이 길을 따라 거닐었다.
몇 번이나 오갔던 길이지만, 한 번도 질린 적이 없었다. 곳곳에 의자가 설치되어 있어, 어디든 앉아서 바다를 바라보며 여유를 즐길 수 있다. 그게 내가 이곳을 자주 찾는 이유다.
북쪽 입구인 읍천항에서 출발했다. 늘 그랬다. 왠지 모르게 그게 편했다. 읍천항에서는 경주의 랜드마크인 첨성대 모양의 등대를 만나볼 수 있다. 아기자기한 벽화들도 둘러볼 만하다.
시작 지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작은 출렁다리가 설치되어 있는데, 누구 하나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장난기 가득한 사람들이 한 번씩은 꼭 흔들어댄다.
중간 지점에서는 전망대도 들렀다. 양남주상절리의 랜드마크 같은 거다. 사실 아무것도 없을 때 더 예쁘긴 했던 것 같지만, 뭐. 전망대만 찾아도 양남주상절리의 풍경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상주하고 있는 해설사에게 주상절리에 관한 설명도 들을 수 있다. 궁금하다면 요청할 것. 2층엔 야외로 나갈 수 있는 테라스가 설치되어 있고, 1층엔 국가지질공원 홍보관이 마련되어 있다. 단점이라면 주차장이 매우 협소하다는 것.
반환점인 하서항에 도착해서는 주변을 슬쩍 둘러봤다. 자물쇠 모양의 조형물이 있는데, 이유 같은 건 없다. 그냥 있는 거다. 곳곳에 포토존도 마련되어 있다. 마찬가지로 이유는 없다. 하서항의 첨성대 등대는 연관이라도 있지. 밥도 이곳에서 먹었다. 해물라면을 주문하며, 어차피 반찬을 남기게 될 것 같아 내어주지 말 것을 요청했는데 기어코 무김치 하나를 툭 내려놓으신다. 어찌 그러냐면서.
/ 경주 양남주상절리 /
- 읍천항 공영주차장 위치: 경상북도 경주시 양남면 양남항구길 14-3
- 하서항 공영주차장 위치: 경상북도 경주시 양남면 진리길 17
- 양남주상절리 전망대 위치: 경상북도 경주시 양남면 동해안로 498-13 (주차장 협소)
- 전망대 운영시간: 09:30~18:00 (입장 마감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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