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ler's LIFE/KOREA

여수 하화도 꽃섬길 출렁다리 놀멍쉬멍 트레킹

AlanKIM 2022. 3. 21.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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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부터 꽃섬이죠. 심상치 않습니다. 꽃이 여기저기에 피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거든요. 날씨가 뭐 중요하겠습니까. 계절이 뭐 중요하겠습니까. 이름부터 꽃섬이라는데. 무슨 꽃이든 있을 겁니다. 그게 아니라면 그림이라도, 조형물이라도 하나 있을 겁니다. 별 이상한 기대감이지만, 뭐 어쩌겠어요. 

여객선에 올랐습니다. 백야도를 출항해 개도와 제도 등을 지나 하화도로 이어지는 여객선입니다. 고요하고 평온한 바다 덕분에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어선에서는 어부들이 한창 조업 중이고, 그 사이로는 몇 마리의 물고기가 튀어 오르기도 합니다. 한껏 따스해진 날씨 덕분일 겁니다. 

화도에 도착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등산복 무리가 쭉 빠져나갑니다. 방향이 정해진 건 아닌가봐요. 누구는 왼쪽 길로, 누구는 오른쪽 길로 향했거든요. 인파에 휩쓸리기 싫어서 조금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왼쪽 길을 택해 걸었죠. 섬을 크게 한 바퀴 돌아볼 요량이었습니다. 출렁다리는 하이라이트일 테니 잠시 뒤로 밀어 두고 말입니다.

길은 마을 뒤로 이어집니다. 꽃이 피어나고 있네요. 에메랄드빛 바다와 꽃이 어우러지는 모습에 마음이 차분해지고 있었습니다. 초록빛으로 물든 남도의 숲길도, 잡초 사이에서 고개를 내민 붓꽃도 반가울 따름이었습니다. 보랏빛과 붉은빛으로 물든 철쭉 길, 하얀 꽃망울을 터뜨린 산딸기. 이따금 보이는 동백까지. 꽃섬이라는 이름이 아쉽지 않습니다.

 

전망대는 탁 트인 풍경을 선사했습니다. 해안 절벽이 장관을 만들어냈고, 바다는 비현실적인 빛깔로 황홀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어요. 바람은 시원하고, 돌아가는 배가 떠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꽤 남았습니다. 바위에 누워 시간을 보내려다가, 머리 위를 빙빙 도는 갈매기들의 예상치 못한 공격을 받을까봐 그만뒀습니다. 

 

 

하화도의 꼭대기에서 뒤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쭉 바다와 함께 걸었습니다. 하화도와 형제 격인 상화도도 저 멀리 보였어요. 저 섬에도 꽃이 많이 피었을 겁니다. 그 또한 꽃섬이니까요. 


얼마나 걸었으려나요. 출렁다리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두 개의 전망대 사이를 잇는 다리입니다. 아찔한 골짜기 위에 설치해 여행자들의 스릴을 한껏 자극합니다. 멋진 포토존이기도 하죠. 하화도에 왔다면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될 곳입니다. 

 

 


출렁다리까지 건너고 난 뒤에는 다시 선착장으로 돌아가는 길입니다. 아까 선착장에서 오른쪽 길을 선택했던 분들이 아마 이 길을 통해 저와는 반대 방향으로 걸었을 겁니다. 이정도 걸었을 때 즈음, 멀리서 뱃고동 소리가 울려왔어요. 우리를 다시 육지로 데려다 줄 배가 도착한 것이었습니다. 

 

 



* 하화도에 가는 배는 백야선착장에서 하루 3회, 여수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하루 2회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백야선착장(태평양해운 백야도매표소 061-686-6655) 또는 여수연안여객선터미널(태평양해운 여수연안여객선터미널 061-662-5454)에 문의하세요.


* 사진은 2018년도에 촬영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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