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는 작은 도시다. 시내를 벗어나면 내내 조용한 시골 마을이 이어진다. 한적한 도로를 따라 달리고, 잔잔히 흐르는 강가나 숲 사이에 자리를 펴고 앉아 시간을 허비하기에 딱 좋은, 그런 곳이다. 유유자적이라는 말이 실감 나는 곳. 몇 년 전에 우연히 영주를 만난 이후로, 종종 그리워했다. 잊을 만하면 떠오르더라. 오랫동안 그리워만 하다가, 이제야 다시 영주를 찾았다. 소수서원, 얼마 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될 정도로 의미가 깊다지만, 머릿속에는 신선놀음하기 딱 좋은 곳이라는 생각만 가득했다. 정자에 드러누워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시간을 보내는 일만큼 영주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게 또 있을까. 소수서원은 여전했다. 아니, 기대 이상이었다. 전에 찾아왔을 때보다 더 좋았다. 이런 느낌은 흔치 않은 것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