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차를 몰았다. 목적지는 순천 낙안읍성민속마을이다. 예전부터 꼭 보고 싶던 풍경을, 이번에는 볼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놓치고 싶지 않은 풍경이었다. 주차장에 도착했을 땐, 이미 사방이 밝아오기 시작하고 있었다. 성문을 지났다. 아직 개장 시각이 아니어서인지 아무도 없었다. 고요했다. 가득한 안개가 나를 맞이했다. 꽤 몽환적인 분위기였다.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계단을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성벽에 올랐다. 산 능선을 타고 넘어오는 햇볕이 안개와 만나 바스러졌다. 은은하면서도 오묘한 빛이 사방에 그득했다. 이제는 유일무이한, 전통 읍성 마을. 낙안읍성은 그만큼 특별하다. 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양동마을이 양반의 집단 거주지였다면, 이곳은 그야말로 민초들의 공간이었다. 기와는 관청이었던 건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