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이었다. 중간고사 준비가 한창이었는데 공부가 너무 하기 싫은 거다. 집중도 잘 안 되는데 마침 바깥엔 벚꽃이 만발이었다. 하필 캠퍼스에도 벚꽃이 수두룩했다. 벚꽃과 중간고사 직전 특유의 묘한 우울감으로 뒤섞인 학교에서는 도저히 공부를 할 수 없다는 판단에 이르렀다. 대여섯 시간 정도 공부할 자료를 가방에 욱여넣고는 길을 나섰다. 목적지는 안양천. 의외로 공부가 잘 되었던 기억이 있다. 그 과목에서 무슨 점수를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벚꽃이 가득한 안양천을 즐겨보자. 1호선 구일역에 내리면 곧장 안양천으로 갈 수 있다. 안양천 정비사업 이후 상당히 깔끔해진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요즘에는 공터에 꽃을 심어서 더욱더 예쁜 봄날을 만나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양쪽 둑방길 위로 왕벚나무를 가로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