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류동계곡이 우렁차다. 며칠 전 쏟아졌던 비 때문일 거다. 차가운 아침 공기가 볼을 스치운 것도 다 그 때문일 터였다. 새들의 노랫소리만이 마음을 토닥여줄 뿐. 왠지 모르게 속이 시끄러운 날이다. 나뭇가지에 내려앉는 듯했던 햇살이 사방으로 부서지더니, 기어코 발등 위를 뒤덮었다. 신발 끈을 조였다. 트레킹은 대장경테마파크라는 곳에서 시작했다. 문을 열지 않는 날이어서 그런 건지, 고요했다. 늘 이곳에서 커피를 파는 푸드트럭도 잠잠했다. 길 건너로 어렴풋이 보이는 흙길로 향했다. 폭신하게 깔린 흙이 마음에 들었다. 해인사로 향하는 가야산 소리길은 여기부터 홍류동계곡을 따라 거슬러 올라간다. 숲은 짙녹빛으로 가득했다. 여름이구나. 마음이 편안해지고,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그저 자연의 결을 따라 걷는 것, 그..